연매출 16조원, 5천개 기업 생성· 6만명 고용창출 성장판을 열자

日유니클로, 종합상사· 도레이의 협업 벤치마킹해야
한국, 패션· 종합상사· 소재업체 협업 외면 고집불통
유니클로 전략 TF팀구성 섬유패션산업 회생처방 시급

지난 75년 ‘자라’(ZARA)브랜드를 런칭한 스페인 인디텍스그룹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80)는 세계 최고 갑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를 제치고 이달 초 세계 부호 순위에서 처음 1위로 등극했다. 세계 1위 의류업체를 거느린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무려 795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패션 황제다. 자라를 비롯 10개 브랜드를 보유한 인디텍스의 지난해 매출은 231억달러, 영업 이익은 32억달러다.
32년 전 일본 외곽의 조그만 양복점에 시작된 유니클로의 오너 야나기회장 역시 일본 1위 갑부다. 유니클로의 지난해 매출은 144억달러, 영업 이익은 4억 330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 68년 설립된 스웨덴 H&M 역시 지난해 매출 217억 달러, 영업이익 23억 달러로 자라 다음가는 세계적 의류업체다. 아웃도어의 대명사인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24억달러에 영업이익 12억달러를 기록했다. 크리스찬디올, 나이키를 비롯 의류 패션 스포츠· 화장품 전문업체들이 글로벌기업 세계 20대기업에 포진돼 있다.
반면 40년 전부터 의류패션대국을 표방해온 한국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글로벌 패션브랜드 하나 탄생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정부는 세계적인 패션브랜드를 육성하겠다고 레코드판을 반복하고 있지만 연간 20~30억원의 예산으로 육성사업을 벌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소가 웃을 일이다.
우리의 여건에서 적어도 일본 유니클로 같은 패션브랜드 하나는 진즉 탄생해야 했지만 정책의 빈곤과 업계의 전략부재가 헛발질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연매출 16조원 규모의 유니클로 같은 패션업체가 탄생하면 섬유원부자재 업종에서만 줄잡아 5000개 관련 협력업체의 활성화와 합계 6만명의 고용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는 개성공단의 124개 업체 5만 4000명의 근로자가 연간 생산액 기준 5억 달러, 판매가 기준 21억 달러에 국내 중소협력업체 4000여개  사에 3만명의 고용효과를 나타낸 것과 비교해 몇 배나 많은 파급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하는 데는 패션업체 혼자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웃 유니클로의 성장사에서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유니클로가 유통을 확대하는 데는 일본 종합상사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했지만 도레이란 세계적인 소재업체와의 협업체제가 원동력이었다.
도레이가 개발한 ‘히트텍’과 아사히 카세이가 유니클로와 공동 개발한 냉감 의류 에어리즘 등 고기능성 특수 소재가 공전의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화학 및 섬유소재 메이커인 도레이가 보잉사에 탄소 섬유를 20년치나 공급하고 독일 자동차 메이커에 장기공급하고 있으면서도 의류용 소재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다. 유니클로와 찰떡궁합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도레이는 아직도 섬유비중이 45%에 달하면서 섬유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고도성장은 도레이와 아사히 카세이뿐 아니라 꺼져가는 일본 섬유산업을 일으킨 일등공신이다. 후꾸이 산지의 도레이 클러스터 협력업체들은 일감이 넘쳐 주야로 풀가동하고 있고 일본뿐 아니라 해외 협력업체들까지 동반성장하고 있다.
세아· 한솔· 팬코· 비전랜드를 비롯한 우리나라 글로벌 의류벤더들이 유니클로의 협력업체로 합류했고 효성을 비롯한 섬유소재업체들도 유니클로와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 벤텍스 같은 고기능성 소재업체들이 유니클로와의 거래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랜드, 삼성물산, LF, 영원무역, 한섬 등 기라성 같은 국내 패션업체들의 위상과 능력으로 봐 한국판 유니클로가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은 충족돼있다. 그런데도 국내 패션업체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해당기업의 독점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 유니클로처럼 패션회사와 금융· 유통을 지원하는 종합상사, 그리고 섬유소재업체의 협업체제가 안 되고 모든걸 혼자 할려는 과욕 때문이다. 글로벌 유통을 구축하기 위한 금융전담 회사가 없는 상태에서 패션기업과 섬유 소재업체 간 통 큰 협력체계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패션 대기업이 혼자 힘으로 글로벌 SPA전문기업으로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해야한다. 유니클로, 도레이, 마쓰비시, 이도쮸 등의 협업과 역할분담에서 우리는 한 수 배워야한다.
이해관계가 얽혀 업체 스스로 못한다면 정부가 나서야한다. 섬유산업연합회가 주축이 돼 전담 TF팀을 만들어 한국판 유니클로 탄생전략을 서둘러야한다.
이것이야말로 특정 패션기업이나 섬유소재업체만의 이익이 아닌 ‘주식회사 한국섬유패션산업’의 동반성장 전략이다. 한국에서도 ‘자라’, ‘H&M’, ‘유니클로’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성숙돼있다. 다만 정부의 정책부재와 기업의 개인주의, 단체의 조정역 부재가 철벽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판 유니클로가 탄생하지 않으면 갈수록 꺼져가는 국내산업의 부활은 요원함을 직시해야한다. 일본 유니클로같은 글로벌 패션브랜드가 성공적으로 탄생하면 수만명의 패션 유통관계자들의 고용창출은 물론 원사에서부터 직물 원단, 염색가공, 부자재 등 연관 산업에서 5000여개 이상의 제조업체가 생성되거나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개성공단 124개 제조업체와 거래하는 국내 4000여 협력업체 종업원 3만명 규모와 견주어 볼 때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의 성장판은 충분히 열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와 정부, 단체 모두 한국 섬유패션산업의 성장판을 다시 여는 유일한 처방은 한국판 유니클로의 탄생이 발등의 불임을 직시하고 총력 준비에 나서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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