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다…‘손’만 분주했던 설날

박용하 기자

가족들, 덕담·윷놀이 대신

스마트폰만 계속 만지작

전문가 “중독 증상 경계를”

입보다…‘손’만 분주했던 설날

ㄱ씨(24)는 올해 설 연휴를 보낸 뒤 기억에 남는 건 ‘스마트폰’밖에 없다고 했다. 어린 시절엔 친척들과 윷놀이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몇 년 전쯤부터 각자 스마트폰을 하는 풍경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초·중학생 사촌들은 물론이고 세 살짜리 조카도 스마트폰 영상을 보며 좋아했다. 조금이라도 떼어놓으려 하면 세상 떠나갈 듯 소리를 내며 우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이처럼 대화 상대가 마땅치 않다 보니 ㄱ씨 역시 스마트폰을 주로 했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 게임도 하니 시간을 보내긴 어렵지 않았지만, 이렇게 보내고 나니 명절이나 평일이나 다를 게 없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술의 발전이 명절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친척들끼리 모여 덕담을 하거나 윷놀이·화투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대체한 것이다. 유통업계의 매출 통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짐작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CU’ 측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이 업체의 명절 연휴 화투 매출은 전년도 대비 3~10%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휴대폰 충전기 매출은 2014년부터 매년 20~54%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한국인들의 스마트폰 사랑은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한국인의 스마트폰 이용은 3세 이하의 영·유아부터 65세 이상 노인들까지 전 연령대에서 늘고 있다. 심지어 ‘과의존’(중독) 증상을 겪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과의존이란 일상생활 중 스마트폰 사용이 가장 빈번한 활동이 되면서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뜻한다. 2017년 기준 과의존 위험군은 스마트폰 전체 사용인구의 18.6%인 786만명에 달했다. 의학계에선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팝콘 브레인’과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팝콘 브레인이란 즉각적인 현상에만 반응하고, 조금씩 변화되는 현실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에 무뎌지는 성향을 뜻하는 말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과의존으로 빠져드는 원인은 여러 요소가 있지만, 최근 연구들은 특히 가족이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천성문 부경대 교수 연구진이 쓴 ‘초등학교 고학년이 지각하는 가족건강성과 스마트폰 중독 간의 관계’ 논문을 보면, 청소년들의 경우 가족관계가 돈독하다고 느낄수록 스마트폰 과의존 경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족관계에 문제를 느낄수록 대인관계 만족도도 낮았는데, 이 경우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소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에 더 몰입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보면 스마트폰 과의존이 확산되는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가족’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성문 교수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의존을 예방하기 위해선 가족들 간에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할 것”이라며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가족원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고 그 과정에서 가족원의 가치가 공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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