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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식후경

남해 유자

화사한 향기의 '약귤'

유자는, 여느 감귤류처럼, 운향과 감귤속에 드는 식물이다. 중동과 지중해 지역에서 기원전 4000년경부터 재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로는 Citron[시트론] 또는 Citrus medica[시트러스 메디카] 라고 한다. Citrus medica를 한글로 번역을 하면 ‘약귤’(藥橘)이라 할 수 있는데, 고대부터 이를 약용으로 먹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레몬이나 라임도 시트론 또는 시트러스 메디카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엄격하게는 여기에 포함시킬 수 없다. 시트론 또는 시트러스 메디카는 레몬이나 라임 등 여느 감귤류와는 달리 열매 안의 과즙에 그 유용성을 두지 않고 과피, 즉 열매껍질의 약용성에 주목을 한 분류라 할 수 있다. 특히 시트론 또는 시트러스 메디카의 껍질에 붙어 있는 하얀 부분은 생리 활성 물질로 여겨 유럽과 중동, 인도 등지에서는 먼 옛날부터 귀하게 여겼다. 시트론 또는 시트러스 메디카는 전 세계에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는데, 한반도의 유자도 그 중의 하나이며, 또 그 껍질이 특히 유용한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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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6월에 열매를 달고 내내 짙은 녹색이었다가 10월에 들어 노랗게 변한다. 11월에 수확한다.

‘오리엔탈 시트론’

유자는 한반도와 중국, 일본에서 재배되는 동양계 시트론이다. 한자로 柚子[유자]라 쓰는 것은 다 같다. 그런데, 이 유자의 영어명은 한·중·일이 제각각 Korean citron, Chinese citron, Japanese citron이라 쓰고 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Chinese lime, Japanese lemon 같은 단어도 흔히 보인다. 한·중·일에서 자라는 유자는 같은 품종이므로 그 이름을 굳이 영어로 정하자면 Oriental citron 정도가 맞을 것이다. 이 삼국 중에 한국의 유자가 특히 향이 짙고 껍질이 두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귤류는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유자도 그러할 것이다. 유자의 재배지 적응 특성상 제주와 남부 해안지대에서 흔히 자랐을 것이다. 조선시대에 공물로 바쳐진 제주 감귤 목록에 유자가 들어 있다. 경남 남해군에서도 오래 전부터 유자를 재배하였다 하는데, 1936년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조선 왕가의 공출이 극심하여 나무를 다 죽여버려 섬 안에 300그루 정도 남았으며, 그 해에 남해군농회에서 묘목 4,000그루를 농가에 보급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때는 대학나무였다

1970년대 정부는 농가 소득원으로 유실수 보급에 매진하였는데, 이 보급 유실수 안에 유자나무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유자 생산량은 많지 않아 제주의 감귤나무처럼 남해군의 유자나무를 ‘대학나무’라 불렀다. 유실수 보급 바람은 1980년대에도 이어졌으며 특히 1990년대 들어서는 우루과이 라운드로 인한 농산물 수입개방 대책의 하나로 유자나무 재배를 더욱 늘렸다. 이 영향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유자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대책 없이 너무 많이 심은 것이다. 11월에 집중 수확하는 유자를 저장 또는 가공하여 유자의 수요와 공급을 연중 고르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나, 한국의 농업 정책이 늘 그러하듯, 문제만 알 뿐 그 해결은 전혀 못하고 있다. 2011년 현재 남해군에서는 관리되지 못하는 ‘대학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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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청명한 기운을 듬뿍 담고 있는 유자이다. 6미터는 되어 보이는 나무 아래에서 찍은 것이다.

유자 농장 저 멀리 보이는 다리 아래의 물은 강이 아니라 바다이다. 창선도와 남해도 사이의 지족해협이다.

유자에 대한 여러 오해

유자 생산 농민들 말로는, 근래에 개발된 유자 가공품은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유자청뿐이다. 유자에 설탕을 재운 것이다. 유자 가공 음료가 생산자와 브랜드를 달리하며 꾸준히 나오고 있기는 하나, 인기가 없다. 유자 가공 식품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유자는 시다”는 관념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유자의 과즙은 무척 신 것이 맞다. 그러나, 유자의 이용은 그 향과 영양적 유용성으로 보아 껍질을 사용하여야 할 것이고, 이 껍질만을 이용하면 그 가공품은 그다지 시지 않다. 설탕을 잔뜩 넣은 유자청도 과즙까지 짜 넣어 시디시게 만들고 있는데, 유자의 진가를 왜곡하는 일이다.

유자는 이르면 10월 말부터 시장에 나온다. 이처럼 일찍 나오는 것은 겉만 노랗지 제대로 익은 것이라 할 수 없다. 시장에 빨리 내어 좋은 가격을 받자는 것인데, 좋은 일이 아니다. 유자는 익을수록 신맛과 쓴맛이 줄고 단맛과 향이 좋아진다. 유자 재배 농민은, 최소한 서리를 세 번은 맞혀야 향이 좋은 유자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그러려면 최소한 11월 중순, 더 좋게는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유자를 거두어야 한다. 이때의 유자는 겉면에 약간 붉은 기가 나면서 껍질과 과육 사이에 공간이 생긴다. 단단하지 않으니 따서 오래된 것이라고 의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이 제때의 수확 시기를 지키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유자의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소통해야 할 것이 참 많다.

발행일

발행일 : 2011.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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