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겪은 골반통증, 원인은 ‘골반울혈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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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잊을 만하면 배가 묵직하게 아프고, 골반 주변이 욱신거려 생리전 증후군을 의심했는데, 알고 보니 ‘골반울혈증후군’이었어요.”

두 명의 고교생 자녀를 둔 주부 김 모씨(48)는 최근 10여 년간 자신을 괴롭히던 골반통증의 원인을 색전술로 치료했다. 골반울혈 증후군으로 진단받은 것은 2년 전이었지만, 치료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난소에 정맥류가 생겼다는 생소한 말에 반신반의하며 치료를 미뤘다.

김 씨의 남편도 한방병원, 다른 큰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약물치료를 받으라며 색전술을 거부했다. 2년간 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결국 김 씨는 시술 당일 남편에게 색전술을 받겠다고 통보한 뒤 골반정맥류 치료에 나섰다. 이후 그를 괴롭히던 골반통증, 성교통, 회음부 통증이 사라지면서 우울증까지 개선돼 만족하고 있다.

테일러증후군으로도 불리는 골반울혈증후군은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이 겪는 만성골반통의 대표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만성골반통증 환자 10명 중 3~4명이 해당할 정도다. 이는 난소정맥 속 판막이 고장 나 혈액이 역류하면서 골반 내 정맥총(혈관덩어리)에 울혈이 생기는 일종의 난소정맥류다. 생리 직전에 느껴지는 복부 불쾌감, 허리ㆍ엉덩이 통증이 대표증상이다.

김 씨도 허리ㆍ회음부 통증으로 집안일을 오래 하지 못해 누워있어야 했다. 처음엔 나이 탓을 했다. 하지만 통증을 호소하며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보니 시댁과의 불화가 빚어졌다. 특히 명절준비를 할 때 김 씨가 허리통증을 호소하면 ‘꾀병’으로 여기며 잔소리를 하며 갈등이 커졌다. 이 와중에 회음부 통증으로 부부관계까지 어려워지고, 남편과도 소홀해지며 김 씨는 우울증에 빠지게 됐다.

다만 골반울혈증후군은 확진을 받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우선 통증 자체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게 문제다. 김 씨도 단순 허리통증을 의심했지만 10년 만에 골반울혈증후군이 문제인 것을 깨달았던 것과 비슷하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민트병원의 김건우 정맥류센터 원장은 “자궁과 골반 주변부는 피부에 비해 신경이 적게 분포돼 있어 통증이 넓은 부위에 전반적으로 나타나 통증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이라며 “환자는 단순히 ‘골반 주변이 아프다’고 느끼고, 허리ㆍ척추문제, 탈장, 맹장염, 자궁근종 등과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관련 없는 병원을 찾게 되며 발견이 늦어진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속적으로 복부ㆍ허리ㆍ회음부 등에 묵직한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골반울혈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회음부나 사타구니ㆍ엉덩이에 꼬불꼬불하고 굵은 혈관이 비쳐 보인다면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이런 경우 영상의학과를 찾아 정밀진단을 받는 게 무난하다. 김건우 원장은 “골반울혈증후군은 산부인과에서 시행되는 일반 초음파보다는 혈관의 기형이 및 흐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도플러초음파를 활용해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며 “민트병원은 도플러초음파는 물론 자기공명영상(MRI)혈관촬영, 혈관조영술 등 체계적인 영상검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골반울혈증후군으로 진단받은 경우 초기라면 3개월 정도 약물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본다. 정도가 심하면 색전술을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은 비교적 간단히 방법으로 증상을 개선해 만족도가 높다.

이는 혈관내 치료법인 인터벤션 시술의 일종으로 2㎜ 정도 얇은 카테터를 혈관 속에 넣어 역류된 곳을 경화제 등으로 막아 문제 혈관을 차단한다. 고장난 정맥이 굳으면서 역류가 차단돼 증상이 호전되는 원리다. 정체됐던 혈액은 문제 혈관의 주변 정맥으로 고르게 퍼지면서 정상 흐름을 되찾게 된다.

김 원장은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은 시술 합병증이 없고, 기존 치료법에 비해 입원 기간이 짧은 게 장점”이라며 “안전하고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간단한 시술이면서도 통증 감소 효과가 커 만족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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