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 돈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해" … 경제력 어려움에 농한기 '성매매' 성행
지난 27일 오전 11시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암리. 인구 9000명의 전형적인 농촌도시인 이 지역이 몇 년 전부터 다방을 비롯한 유흥주점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눈에 띌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작은 마을에 이미 들어온 다방은 16곳 정도이며 대부분은 성매매를 알선하는 이른바 '티켓다방'이다.

한때 중국 여성들이 농촌 마을의 다방으로 들어와 성매매행위를 벌이다 철퇴를 맞은 뒤 잠잠하던 농촌지역 다방이 최근 탈북여성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 지역 다방들의 종업원 상당수가 탈북여성이다. 11월부터 2월까지 농한기에는 20~40명 이상이 이곳 다방에서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여성들은 농번기에는 타 도시로 떠났다가 농한기에 다시 돌아오는 일명 '철새' 종사자들이다.

이날 오후 4시쯤 백암면 백암리 한 다방 내부로 들어가니 탈북여성 3명이 쉼 없이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기자가 손님을 가장해 커피를 주문하자 30대 여성 한명이 바로 옆에 앉았다. 여성은 자신을 함경북도 청진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이 여성의 꿈은 의상 디자이너였다. 북한사회에서 꿈을 이룰 수 없던 그녀는 2년 전 두만강을 건너 중국 미얀마 태국 등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가 꿈꿨던 나라 대한민국의 현실은 달랐다.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활고에 허덕였고, 생활고로 의상디자인 공부는 엄두를 못 냈다.

그녀는 "화장품 포장공장 등에서 일할 때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20여만원이었다. 하지만 다방에서 일하면 400만원 이상 번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 탈북여성들은 성매매라도 해야 돈을 벌 수 있고, 작은 옷가게 하나 장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1시간동안 대화 도중에도 이 다방으로 전화가 3~4차례나 걸려왔다. 전화를 받은 탈북여성은 곧바로 커피 가방을 들고 자리를 떴다.

그녀는 "전화를 받고 커피 배달을 나가면 현장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며 "커피 배달 비 2만원을 포함해 시간당 티켓값 5만원 등 총 7만원가량을 받고 성매매를 한다. 젊은 아가씨의 경우 한 달에 600만원 이상 벌어간다"고 말했다.

이같이 상당수의 탈북여성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안착했지만 정작 제한된 취업기회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법 성매매로 내몰리고 있다.

경기도에 탈북여성 6250명(전국 2만1648명, 30.4%)이 거주하고 있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이 북한이탈여성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여성의 65.8%가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고 있다.

정부가 탈북여성의 정착을 돕기 위해 '정착금'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탈북을 도와준 브로커에게 고스란히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년 전 함경북도 무안에서 탈북했다는 B씨는 "하나원을 퇴소할 때 정부에서 정착금 400만원을 줬지만 브로커한테 돈을 모두 빼앗겼다"며 "연고도 없고, 자립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무일푼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 성매매를 벌인다"고 토로했다.

이날 만난 탈북 여성들은 탈북여성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지 않은 한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C씨는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라서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어려움을 겪는 탈북여성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