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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색(色)적일 이야기] 그 선배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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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더]

그 선배는 편입생이었다. 전역을 한 뒤 돌연히 자신의 꿈을 ‘카피라이터’라는 노선으로 전환하려던 그에게 4년제 대학교 졸업장은 필수품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선배는 문학 강의나 창작에 관련된 강의엔 맨 앞줄에 앉아 값이 나가는 공예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듯 교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열한 필기를 옮겨 적었다.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전형적인 문학가의 면모를 가진 얼굴은 아니었지만, 나긋한 말투와 날카로운 눈매가 주는 대비적 효과는 그 선배에게 왠지 모를 우수를 갖추게 했다. 그래서인지 선배는 여자들에게 평판이 좋았다. 선배에게는 그 나이 또래에겐 없는 고요함과 그 수면 아래 잠식되어 있는 재치가 담겨 있었다. 인상 또한 깔끔한 편이었다. 어느 여성이든 그런 남자에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건 중력법칙의 절대성과 유사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그 선배와 친해진 계기는 일상의 계도를 이탈한 돌발적인 상황에서부터이다. 오후 강의를 빠지고 친구들과 잔디밭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던 중 갑자기 찾아온 소변의 욕구를 풀기(왜 화장실이 아닌 햇빛이 차단된 그곳을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위해 도서관 건물 뒤편으로 향했다. 건물 모퉁이를 돌아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순간 나는 그만 한 낮의 남녀의 정사 장면을 마주해야만 했다. 그곳엔 문학가적인 면모가 아닌, 한 마리의 수컷의 맨얼굴을 한 ‘그 선배’가 우리 과 동기 A의 몸을 탐하고 있었다. 

선배의 손가락이 A의 스커트 아래로 뱀처럼 내려갔다. 나는 속으로 ‘뱀은 곧 앞 대가리를 쳐들고 그녀의 중심부를 날름거리며 장악하겠지.’ 라며 뱀의 머리를 주시했다. 그의 손이 A의 하반신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했다. 헤 벌려진 A의 입에서 농익은 신음이 삐져 나왔다. 곧이어 맥없이 풀려있던 A의 팔이 선배의 등을 힘껏 쓸었다. 쑤욱, 하고 뽑힌 손가락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내 하반신에 고인 일상적인 성욕들이 폼페이의 최후를 고했던 용암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아랫배가 나른했다. 눈이 가늘어졌다. 저 둘은 후배위를 할 생각인지 A는 자신의 스커트를 위로 들쳐 새하얀 엉덩이를 선배의 중심에 맞춰 올리고 있었다. 선배가 가만히 그 명석한 구멍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결정적인 장면을 뒤로 한 채 그 공간을 등져야만 했다. 순간 어떠한 사실과 상실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과거 속에서 소화되지 못한 나의 아픔을 잠시나마 일깨워 주었다.

사실 A는, 자신의 살집을 날 것 그대로 선배에게 밀어 넣고 있는 저 여자는 사실, 3달 전에만 해도 나와 함께 모텔 시트의 까칠함 위에서 살 냄새를 맡고, 빨아주고, 삼켜주던 여자였다. 그렇다. 그녀는 내 애인이었다. 나는 5개월 가량을 사귀면서 A의 저런 얼굴, 신음, 냄새를 갖질 못했다. 나는 패잔병의 심정이 되어 도서관 건물 뒤편 후미진 곳을 빠져 나와야 했다. 

그 장면을 목격하고 난 후, 정확히 3일 뒤에 그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그것도 새벽 1시 14분에, 그것도 거칠게. 신경질적으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선배였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우린 서로 면전만 튼 사이였지 번호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진 않았다. 

여보세요. 고인 물처럼 흔들림 없는 목소리다. 술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 네 여보세요. 내가 황량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다음 질문은 두서없는 갑작스러운 속력으로 나의 좌, 우뇌를 강타했다. 나는 말이 없었다. 긴 침묵이 흘렀다. 바닥에 짙게 깔린 어둠이 선명해질 정도의 침묵이었다. 나는 못 들은 척 하며. ‘네?!’ 라고 했고, 선배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봤죠? A랑 하고 있는 거.”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파악이 될 즈음엔 전화가 끊겨 있었다. 잠시 후 톡이 하나 와 있었다. ‘새벽에 전화해서 미안해요. 나 때문에 깼다면 미안해요. 미안하지만 지금 나올 수 있어요?’ 나는 고민했다. 머리로만. 내 몸은 이미 옷을 챙겨 입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오르하르콘돔
내일의 행복보단 오늘의 만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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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사랑미야 2017-02-14 10:40:36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n수컷예찬 2014-12-17 09:03:12
아. 제가 글을 쓰면서 오류가 있었네요. A는  이미 '나' 와 헤어진 상태입니다. 애인이었던 여자죠.

제가 글을 잘 못써서 읽으시는 분들에게 혼동이 될까봐 이렇게 댓글로 남깁니다. ㅠㅠ 죄송합니다.
blackcola 2014-12-16 20:03:50
와... 부들부들...
헬스보이 2014-12-16 19:44:29
다음편은 없는거죠?
선배의 죽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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