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 윤상현-유승민 ‘맞교환 탈락’이 공정한 공천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0시 00분


코멘트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어제 오후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과 윤상현 의원(인천 남을) 지역구를 빼고 6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텃밭인 대구에서 권은희(북갑), 홍지만(달서갑), 서상기(북을), 주호영(수성을) 의원 등 현역 4명을 탈락시켰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하면 우리의 공천은 개혁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듯이 이 정도의 현역 물갈이와 메시지로 국민에게 어떻게 표를 달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어제 오전 이 위원장이 예고 없이 세 가지 공천 배제 기준을 뒤늦게 발표한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품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당 정체성과 관련해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 ‘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에서 다선 의원의 혜택을 즐긴 사람’을 제시했다. 누가 봐도 첫째는 “김무성 죽여”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둘째는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자’로 낙인찍은 유승민, 셋째는 대구에서 3선을 한 주호영 서상기 의원 등을 연상케 하는 기준이다.

이 위원장의 돌출 발표에 “윤상현과 유승민을 동시 처리하려는 꼼수”라는 얘기가 당 안팎에 파다했다. 친박과 청와대의 의중을 대변하는 이 위원장은 유 의원의 공천 탈락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다른 공천위원들이 반발했다고 한다. 이에 친박계가 반드시 유 의원을 찍어내기 위해서 윤 의원을 ‘희생양 카드’처럼 내놓았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 의원이 스스로 불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읍참마속(泣斬馬謖)하는 대신, 박 대통령이 ‘진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지목한 유 의원은 반드시 쳐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두 의원의 문제를 등가(等價)로 보고 맞교환하듯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 공정한지는 의문이다. 윤 의원은 ‘당 대표를 공천으로 솎아내겠다’는 막말을 함으로써 새누리당 공천의 신뢰도를 나락으로 추락시킨, 심각한 해당(害黨) 행위자다.

이에 비해 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공개 비판하고 야당의 국회법 개정 요구를 수용하는 바람에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양심수’다.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을 정면 비판해 ‘자기 정치’라는 비판을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미운털이 박혔다고 공천까지 탈락시킨다면 박 대통령의 옹졸함을 부각시켜 총선 전략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규정 8조에 따르면 공관위는 심사 기준을 미리 정해 위원회의 의결로 확정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해야 한다. 여태 심사 기준에 대해 별 얘기 없다가 이 위원장이 어제 불쑥 공천 배제 기준을 발표한 것은 다분히 ‘유승민 자르기’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 눈에는 청와대만 보이고 국민은 안 보이는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유승민 의원#윤상현 의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