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홍만표-진경준 수사 뭉개다간 특검 맞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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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근무 당시 수사하던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을 후배 변호사에게 소개하고 3억5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퇴임 후 1년간의 수임 금지 기간을 지키는 흉내는 냈지만 변호사로서 법으로 금지된 사건 브로커 역할을 한 것이다. 그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원정 도박 사건을 소개받은 것도 고교 후배인 브로커를 통해서였고, 브로커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왔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 사건에서 두 차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한 기독교방송사 회장의 횡령 사건을 4억5000만 원에 수임하고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 전관(前官) 예우는 현관(現官)의 도움 없인 불가능하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압수수색을 1주일 이상 미적거렸다. 그의 소환조사가 늦어지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제 식구 감싸기 정도가 아니라 검찰이 뭔가 구린 구석이 있어서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진경준 검사장의 126억 원대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을 조사해온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무부에 그의 징계를 요구했다.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사들인 매입 대금을 자기 돈이라고 했다가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게 이유다. 법무부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 가벼운 징계를 받고 사표가 수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면 구태여 말을 바꾸며 숨길 이유가 없다. 검찰은 그동안 공직자윤리위 조사를 핑계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수사에 나서 그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넥슨과 ‘스폰서 관계’는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작년 형사사법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검찰은 경찰 법원 교도소에 이어 꼴찌를 기록했다. 전·현직 두 검사장의 비리 의혹이 점점 불어나면서 검찰의 신뢰도가 더 추락하고 있다. 전관의 거액 수임이 홍 변호사만의 일인지도 의문이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정 대표 무혐의 처분 때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이었다느니, 김현웅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이 진 검사장이었다느니 하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관예우의 여지는 수사 비밀을 보장받고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법원보다 더 클 수 있다. 검찰이 이번 의혹을 계속 뭉개다가는 야당이 과반을 차지한 20대 국회에서 특검이 발동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홍만표#진경준#전관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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