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건설에 기어코 낙하산 내리꽂는 박근혜 정권

2016.08.07 20:55 입력 2016.08.07 20:58 수정

대우건설 신임 사장 후보로 낙하산 논란이 일던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단독 추천됐다. 이사회와 임시주총이란 절차가 남아있지만 요식 행위라는 점에서 대우건설의 지휘봉이 박 전 사장에게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박 전 사장이 정식 공모 절차를 통해 선임된 만큼 낙하산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산업개발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 전문가로 재임 중 흑자도 내고 주가도 끌어올린 만큼 매각을 앞둔 대우건설을 맡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도 했다. 대우건설 출신이어야만 낙하산이 아니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말도 곁들였다. 일견 옳은 말이다. 하지만 지난 3개월간의 파행을 빤히 알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따지고 보면 대우건설 사장 공모는 애초부터 박 전 사장을 앉히기 위한 작업이었다. 3개월 전 사추위가 사내 인사 2명을 후보로 압축하자 산업은행은 돌연 절차를 중단시켰다. 그러고는 대상을 외부인으로 넓히면서 재공모를 진행했다. 기다렸다는 듯 박 전 사장이 응모했고, 대우건설 출신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박 전 사장은 최근까지 주택협회장을 맡아 여권의 유력 실세와 가까이 지냈다. 낙하산 논란으로 사태가 험악하게 돌아가자 산은은 결정을 다시 미뤘다. 그러고는 박 전 사장에 반대하는 사추위원들을 설득하는 등 은밀하게 작업을 펼쳐왔다. 이런 선임 절차를 누가 정당하다고 여길까. 더구나 박 전 사장은 대우건설의 주력인 해외사업 경험도 없다. 대우직원 90%가 반대할 정도로 신뢰도도 낮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우건설 인사는 국책은행을 대주주로 둔 ‘주인 없는 회사’의 인사 문제점이 송두리째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산업은행 자회사 인사는 흔히 윗선 결정→언론보도→사후절차 순으로 밀실에서 결정된다. 권력의 입김에 놀아나는 인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대우조선의 몰락이 정권의 비호를 받은 낙하산 사장과 권력자들의 야합 속에서 끼리끼리 잇속만 챙기다 초래됐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그럼에도 ‘또 낙하산’은 시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현대상선 등 다른 출자기업에 대한 인사에도 ‘또 낙하산’이 꽂힌다면 구조조정은커녕 부실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투명한 인선절차 정비가 우선이다. 권력은 인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 대우건설은 박 전 사장 스스로 자리를 사양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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