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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 목사'…재혼 뒤 가정 해체가 빚은 참극(종합)

송고시간2016-02-0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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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신학대학서 겸임교수·개척교회 담임목사로 활동자녀 1남2녀, 새엄마와 갈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아

여중생 딸 시신 11개월 방치 목사 아버지·계모
여중생 딸 시신 11개월 방치 목사 아버지·계모

(부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 가까이 방치한 혐의를 받는 목사 아버지 A(47·왼쪽)씨와 계모 B(40)씨가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소사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여중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집에 미라 상태로 방치한 혐의를 받는 40대 목사는 독일 유학파 출신의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목사는 전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재혼했지만, 자녀들과 새엄마의 갈등이 시작되며 가정은 사실상 해체됐고 결국 파국을 맞았다.

부천 소사경찰서는 3일 폭행치사 등의 혐의로 여중생의 아버지인 목사 A(47)씨와 계모 B(40)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1990년대 국내 유명 신학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의 한 신학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신약학'을 전공했다.

박사학위도 보유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기독교 역사와 관련해 모교의 연구소가 주최한 정기 세미나에 참석, 사회를 맡기도 했다.

또 한 기독교 콜로키엄 회원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2월까지 모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고대 그리스 언어인 기초헬라어를 가르쳤다.

A씨는 2013년 기초헬라어와 관련한 책도 펴냈다. 신도 수가 많지 않은 부천의 한 소규모 개척교회 담임목사도 맡았다.

그는 2011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딸이 손으로 'V' 모양을 한 사진을 올리며 한 때 행복한 모습을 지인들에게 알렸다.

'유학파 목사'…재혼 뒤 가정 해체가 빚은 참극(종합) - 2

유학파 출신의 가장을 둔 남부럽지 않던 가정은 재혼과 함께 갈등이 싹트며 결국 파국을 맞았다.

A씨는 전처가 암으로 2007년 사망하자 현재 아내와 2010년부터 함께 살았다. 그러나 재혼한 아내와 자녀들의 갈등이 2년간 이어졌다.

결국 1남 2녀 중 첫째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출한 뒤 따로 나가 살았으며 둘째 딸은 지인 집에 맡겼다.

A씨는 경찰에서 "큰아들은 말썽을 많이 부려 그동안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막내딸인 C(사망 당시 13세) 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12년부터 계모의 여동생(39) 집에서 컸다. 결국 재혼 부부만 집에 남았다.

C양은 계모의 여동생으로부터 자주 폭행을 당하다가 집을 나와 버렸다.

옛 초등학교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갔지만, 가출 이유를 물으며 5시간 넘게 이어진 아버지와 계모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3월 숨졌다.

C양의 시신은 미라 상태로 11개월 가까이 작은방에 방치됐다가 3일 발견됐다.

A씨는 경찰에서 "딸이 사망한 당일 훈계하며 아내와 함께 빗자루와 빨래건조대 살로 5시간 동안 때렸다"며 "잠을 자라고 한 뒤 다른 방으로 건너가 자고 같은 날 오후 7시께 일어나보니 딸이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불로 덮어놨는데 냄새가 나 방향제를 뿌려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C양이 부친의 직접적인 폭행이나 학대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련 증거가 확보되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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