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산 4세 경영, 재벌들 세습 영원히 할 건가

2016.03.03 20:51 입력 2016.03.03 21:00 수정

두산그룹이 지난 2일 박정원 회장을 차기 그룹 회장으로 추대했다. 두산그룹은 박승직 창업주의 장남 박두병 초대회장에 이어 그의 다섯 아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맡았고, 3세 6형제 중 맏이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 이번에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두산은 상장사 5개를 포함해 20여개 계열사에 2만여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국내 재계 순위 17위 그룹이다. 그럼에도 차기 그룹 회장은 사실상 가족회의에서 결정됐다. 한국의 주요 재벌그룹에서 경영권이 4세까지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두산그룹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몇년 전부터 중장비, 건설장비, 건설 등 주력 계열사가 대부분 최악의 실적 부진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갓 입사한 20대 신입사원까지 포함해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면세점과 연료전지 등 최근 시작한 사업은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새 총수에게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을 활성화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차기 회장으로 일찌감치 예정돼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룹을 이끌게 된 박정원 회장이 이런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30년 넘게 여러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쌓았다고 하지만, 외부로부터 경영능력을 평가받는 기회는 없었다. 과거 실적으로 따져본다면 경영능력에 의문이 든다. 1994년 OB맥주 상무에 취임했던 박 회장은 당시 조선맥주(옛 하이트맥주)에 업계 선두자리를 내줬고, 결국 외국계에 매각했다. 2009년부터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인데, 이 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5207억원을 기록하는 등 2011년 이후 5년 연속 적자에 빠져 있다. 박 회장은 2013년부터 미등기 이사이다. 보수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조치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싱가포르 영주권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고, 둘째 아들은 싱가포르 영주권자 자격으로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업주가 가족에게 부를 상속하거나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을 보장한다. 하지만 주식회사 형태 기업의 주인은 재벌 총수가 아니라 다수의 주주이고, 노동자와 하청업체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재벌가 가족이 내부에서 후계자를 정해 경영권을 주고받는 것은 무책임하다. 물론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경영 세습을 막을 명분이 없다. 하지만 재벌가 자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추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재벌 총수 일가의 의사결정에 대해 기관투자가나 사외이사 등이 견제하고, 향후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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