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도진 롯데가 형제싸움, 재벌개혁이 답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롯데그룹 형제의 추악한 재산싸움이 재발했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어제 일본에서 광윤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1주를 넘겨받아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신 총괄회장이 맡았던 광윤사 대표이사에도 취임했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28.1%를 보유한 광윤사이고, 신 전 부회장도 1.6%를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주주총회 이후 “약 30%의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자격으로 롯데의 문제를 바로잡고 개혁하고자 한다”며 신동빈 체제의 롯데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을 예고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회장은 “추가적 경영권 다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악화하는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산싸움을 법정으로 끌고 가겠다는 이들 형제의 탐욕을 억누르기는 힘들 것 같다. 롯데가 형제의 싸움은 곧바로 롯데그룹의 리스크가 된다. 당장 오는 12월 특허 만료를 앞둔 서울시내 면세점 두 곳은 재허가를 장담할 수 없다. 반(反)롯데 정서가 확산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로 계획했던 롯데호텔 상장도 미뤄질 우려가 크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호텔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를 통해 기업공개를 문제 삼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룹 순환출자 해소 및 지배구조 개선, 2018년까지 2만4000명 정규직 신규 채용 계획 등도 줄줄이 차질을 빚을 게 뻔하다. 내수기업 롯데의 리스크는 가뜩이나 내수 침체로 어려움에 처한 국가경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롯데는 계열사 80여개에 임직원 23만여명을 둔 국내 5위 그룹이지만 전체 지분의 2.4%만 보유한 총수 일가는 이 모두를 자신들의 사유재산처럼 여긴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일정 수준을 넘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재벌개혁에 착수해야만 롯데가 형제의 볼썽사나운 싸움을 하루라도 빨리 막을 수 있다. 롯데가 형제들은 그룹 해체 또는 분리를 요구할 정도로 악화하고 있는 국민 여론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가 외면하면 롯데는 지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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