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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시 유치원 예산 삭감, 정부는 구경만 할 건가

서울시의회가 어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521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내용의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모든 서울시 유치원과 어린이집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은 정부가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의회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할 계획이다. 전남은 이미 삭감했다. 다른 시·도 교육청들의 경우 유치원 예산은 편성했지만 어린이집 예산은 짜지 않았다.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책임을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불거진 보육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시·도 의회는 어린이집 운영이 파행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유치원만 지원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삭감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실 똑같이 영·유아를 돌보는 두 시설 가운데 한쪽만 지원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영·유아 탁아 수요를 유치원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정부가 시·도 교육청을 윽박지르는 것을 보다 못해 지방의원들이 지원에 나선 측면도 있다. 그런 압박과 시위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영·유아들을 볼모로 삼는 방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수단이 정당해야 목적이 정당성을 갖는 법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박근혜 정부에 있다. 중앙정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대선 공약을 깬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사실 보육정책은 정부의 ‘억지 행정’의 표본이나 다름없다. 그간 정부가 부담하던 어린이집 보육료를 갑자기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아예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 소요 예산 2조1000억원 가운데 겨우 3000억원만 책정했다. 이뿐 아니다. 시행령을 상위법과 충돌하는 내용으로 개정해 시·도 교육감들이 법률을 위반하도록 유도한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시행령 개정이 불법이라고 판정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가 예산 적자라는 이유를 들지만 하필 어린이집 예산을 시·도 부담의 대상으로 삼은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돈은 교육청이 내라고 하면서 어린이집 관리·감독권은 보건복지부가 계속 쥐고 있는 모순된 현실을 개선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는 행위는 법률 위반이자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은 조치이다. 10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는 교육청들로서는 추가로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없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파국은 피할 수 없다. 언제까지 구경만 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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