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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구의 99.7% 지배한 지적 생명체 `식물`

이향휘 기자
입력 : 
2016-05-20 15: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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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식물의 뇌 / 스테파노 만쿠소·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 양병찬 옮김 / 행성B이오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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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가장 먼저 창조한 생물은 식물이었다. 지구는 온통 식물세포들로 뒤덮이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신은 동물을 창조하고 가장 존귀한 동물인 인간을 창조함으로써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는 인간을 마지막 열매, 즉 선택받은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만물이 그에게 복종하고 지배되도록 예비돼 있었음을 시사한다. 천지창조는 7일 만에 완료되었는데 3일째 되는 날에는 식물이, 6일째 되는 날에는 인간이 창조됐다. 이 순서는 오늘날 발견된 과학적 증거와 얼추 들어맞는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35억년 전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세포들이 지구상에 등장했으며,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은 20만년 전이라고 한다.

지구를 지배하는 생물은 무엇일까. 우리는 '인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지구의 바이오매스(biomass) 중에서 99.7% 정도는 식물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0.3%는 인간과 다른 동물이라고 한다. 지구는 온통 식물로 뒤덮여 있으니 지구 생태계와 공간을 지배하는 것은 식물이라는 사실이 자명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미련하고 수동적인 것처럼 보이는 식물이 어떻게 이런 위업을 달성하게 됐을까.

식물은 다양한 전략을 이용해 포식자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장애물을 우회하고, 동물을 사냥하거나 유인하며, 식량 빛 산소 등을 얻기 위해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돕거나 다른 종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저자는 식물에게도 지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능을 문제 해결 능력으로 정의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식물을 완전한 지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걸까. 식물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 주고 식물의 역동적인 본성을 일깨워주는 매혹적인 책이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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