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신한사태 관련 거짓말·검찰의 봐주기 의혹’ 제기
치매에 걸려 검찰 조사도 받을 수 없다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77·사진)이 농심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연말 송년모임에도 참석하는 등 활발히 활동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2일 “신한은행 동우회 소식지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이 지난해 송년회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한 것이 확인됐고, 최근 농심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며 “라 전 회장이 국민과 언론에 거짓말을 해온 것이고 검찰의 라 전 회장 봐주기 의혹도 짙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농심은 오는 3월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라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것이라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라 전 회장은 2010년 ‘신한 사태’ 때 불명예 퇴진한 뒤 횡령 혐의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설 것을 요구받았지만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치료 중”이라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해왔다. 신한 사태는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 전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된 내분 사태다.
라 전 회장은 2013년 12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도 ‘남산 3억원(라 전 회장이 이 전 행장을 시켜 이상득 전 의원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한 질문에 “앓고 있는 질환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재판부가 선고하면서 “라 전 회장이 자신에게 불리하고 신 전 사장에게 유리한 부분에 대해서만 알츠하이머 병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회피하는 것이 석연치 않다”고 할 정도였다.
라 전 회장은 201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지난해 10월에는 2010년 ‘신한 사태’ 때 불법 계좌추적 등을 벌인 혐의로 검찰에 재차 고발됐다. 하지만 치매를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측은 이날 “전 임원의 일로 따로 언급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심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이 사외이사 역할을 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라 전 회장의 경제 및 금융 관련 식견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대병원 주치의에게 확인한 결과 라 전 회장이 외견상 정상으로 보이지만 기억력 저하가 있다는 답변을 들은 것일 뿐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한 적이 없다”며 “현재 필요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라 전 회장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해 소환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