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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옛 경제정책을 버려라

전성인 | 홍익대 교수·경제학

요즘만큼 우리나라에서 경제정책 기조를 정하기 어려운 때는 별로 없었다. 과거 경제정책에서 주로 논쟁거리가 되었던 것은 성장 대 물가안정, 경기활성화 대 구조조정, 이런 흑백논리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경제와 세상]저성장 시대, 옛 경제정책을 버려라

우리 경제가 성장 궤도를 이탈해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기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도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런데도 맘 편하게 재정확대와 금리 인하라는 전통적인 거시정책을 펼치라고 선뜻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 하면 재정 팽창을 하려 해도 옛날과 달리 세수 결손이 연례행사로 일어나고 있고, 또 금리 인하는 오히려 경제의 거품을 조장하고 다가올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 잠재력을 늘이기 위한 정책도 잘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저성장 기조 그 자체가 투자유인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보수 정권과 보수 정권을 섣부르게 흉내 내던 진보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규제완화도 약발이 다했다.

경제성장과 경기활성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설상가상격으로 다양한 독버섯이 번지고 있다. 우선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한은의 금리 인하까지 겹쳐서 올 들어 가계부채 수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둘째, 자산 시장의 거품도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돈을 잘 벌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주식이 뛰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저소득층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활하려니 돈이 쪼들리고, 섣불리 급전을 융통했다간 자칫 살인적인 고금리의 늪에 빠져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십상이다. 특히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소득의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이런 가능성은 점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문제 그 자체에 집중해서 해법을 생각해야 한다. 우선 통화정책부터 살펴보자. 문제는 금리의 향배다. 지금 금리를 올리면 한계 가구가 부도나고 이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파국을 향한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를 그냥 둘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적극적인 대응은 아니다. 금리를 내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되, 다른 부작용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정책은 어찌해야 하는가. 재정을 확대하면 그것 자체로 성장률 수치가 올라가는 부분이 있어 유혹이 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은 모두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한다. 가뜩이나 미래 전망이 우울해서 젊은 층이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데 미래를 더욱 깜깜하게 만들어서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물론 재정 지출이 성장을 촉진하면 미래세대의 부담 증가가 성장으로 상쇄될 수 있겠지만 지금 재정 지출은 상당 부분이 성장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복지확충에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재정 확대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버섯 제거 부분이다. 여기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나는 주택담보대출이 안전하다는 환상이고, 다른 하나는 빚을 꼭 갚아야 한다는 집착이다. 주택담보대출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담보가 있어서 안전한 대출이지만,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체제적 위험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빚을 갚는 것과 관련해서도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을 쥐어짜서 돈을 갚으라고 하는 것은 대개 인권을 유린하고 오히려 사회적 처벌 과정에서 그 사람이 보유한 생산능력만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못 갚는 사람의 부채는 없애준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고리다. 이래야 사후적 인권도 보호되고, 사전적으로도 금융기관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정성 들여 심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독버섯은 자산시장의 거품 발생 가능성이다. 이것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부작용이다. 따라서 이를 방치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증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품이 성장하다가 꺼질 경우 그것 자체가 독립적인 경제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대출 증가 억제로 구매력 유입을 조절하고, 주식 시장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고 신중한 투자를 주문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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