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해양이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어제 열린 경제금융정책회의에서 경영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대의 지원 방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보류했다. 추가 자구계획을 세우고 노조의 동의를 받는 등 정상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부실 기업에 돈 퍼붓기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명분 찾기로 보이지만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실 원인과 책임규명 등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노조에 추가로 인력을 조정하고 임금을 삭감하라는 압력을 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우조선은 임원 30% 해임 및 연봉삭감, 직원 구조조정, 임금동결 등에 합의한 상황이다. 부실 기업에 대한 자구계획의 중요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추가 요구는 재무적 효과가 크지 않고, 대우조선 부실 책임이 방만경영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노조 손보기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대우조선은 외환위기 때 3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된 뒤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올해는 손실이 5조3000억원에 이르고, 부채비율이 400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와 조선업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에 비해 경영성적이 과도하게 나쁘다. 도덕적 해이도 심해 경영진은 거액의 보수를 챙기면서도 부실을 숨겼고, 정부도 고위 관료와 군 장성 출신을 대거 고문으로 위촉해 억대 연봉을 받도록 하는 등 낙하산 놀이터처럼 여겼다.

그러므로 대우조선해양 처리에 앞서 우선해야 할 것은 경영 투명성·책임성 확보다. 이제라도 대우조선 부실 사태의 전 과정을 꼼꼼하게 따져 책임자를 가려내 엄단한 뒤 지배구조 개선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혈세가 눈먼 돈으로 전락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될 것이다. 국내 조선업의 과잉설비 및 저가 수주는 이미 오래전에 인내 범위를 넘어선 상태다. 현재 처해 있는 조선업계의 구조적 불황 타개책에 대한 고민도 병행돼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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