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인물]한국교육 대수술 ‘곽노현의 사람들’

이범·이형빈·조민환 보좌관과 송병춘 감사관 등 내조

수십 년의 ‘관치교육’에 균열을 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57) 뒤에는 그의 교육정책을 생산하는 조력자들이 있다. 이범 전 교육평론가, 이형빈 전 이화여고 교사, 조민환 전 김영진 의원 보좌관, 송병춘 변호사 등이 그들이다. 현재 한국 교육이 겪고 있는 변혁은 그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 왼쪽부터)이범, 이형빈, 조민환, 송병춘. (아래 왼쪽부터)박상주, 조신, 신동진, 방승호.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곽노현표 정책을 만들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지난 6·2 지방선거 때부터 그를 도와 신뢰관계를 쌓았다. 현장의 최전선에서 ‘한국 교육’과 싸워온 이들은 곽 교육감의 공약과 정책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곽 교육감은 취임 후 ‘코드 인사’라는 논란에도 불구, 이들을 정책보좌관으로 영입해 자신과 가장 가까운 비서실에 배치했다. 곽 교육감과 선거 캠프 때부터 동고동락해온 이들은 가히 ‘곽노현의 사람들’이라 불릴 만하다.

학원가의 스타강사 출신으로 교육평론가로 활동했던 이범 보좌관(43)은 서울시교육청에 들어와 ‘사교육과의 전쟁’을 맡았다. 곽 교육감은 학원 등 사교육의 병폐와 한국의 입시 사정을 면밀히 잘 알고 있는 그의 강점을 높이 샀다. 이 보좌관은 그동안 곽 교육감의 사교육 경감대책 및 선행학습 추방정책, 그리고 대입제도 개선안 등 굵직굵직한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곽 교육감이 지난 9월 발표한 ‘선행학습 추방을 위한 1차 정책’엔 특수목적고 입시전형에 공인외국어 시험이나 각종 경시대회에서 받은 성적을 서류에 직접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혁신적인 방식 등이 도입됐으며, 실제 2011학년도 사교육 영향평가에서 특목고 입시 전형 사교육이 ‘기준보다 높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외에 이 보좌관은 외국어 교육과 과학영재 교육, 교수 학습평가 개선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형빈 보좌관(40)은 자신이 몸담았던 자율형사립고의 입시 몰입 교육을 비판하며 교단을 떠나 화제가 됐던 전직 교사다. 이 보좌관은 학교 현장의 경험을 살려 곽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혁신학교, 학생인권 등의 정책을 돕고 있다. 교사 출신인 만큼 교원 전문성 신장, 학교장 경영능력 평가 등의 교원 관련 정책도 맡고 있다. “혁신학교를 시작으로 서울의 모든 학교를 혁신하겠다”는 것이 곽 교육감의 구상인 만큼 이 보좌관은 혁신학교를 통해 학교 편제를 행정업무에서 교과수업 지향으로 바꾸는 등의 시스템 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초등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를 없애는 대신 수시평가를 도입하는 초·중등 평가방식 개선 등도 그의 도움이 컸다. 자신이 몸담았던 학교가 자율고로 전환되면서 지나친 입시 몰입 학교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지켜본 이 보좌관은 앞으로 서울의 자율고를 개혁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교육감 선거 캠프 때부터 동고동락
조민환 보좌관(40)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영진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국회에서부터 오랫동안 교육상임위 의원의 보좌관을 했던 까닭에 ‘교육 베테랑’으로 통했던 그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주민참여 예산제, 민·관 거버넌스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복지 논쟁을 불러일으킨 무상급식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는 3월 1학기부터 서울 25개 모든 구에서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된다. 전문가들은 무상급식 실시에 대해 “복지국가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 보좌관은 아울러 서울교육의 열린 행정을 위해 22개 각종 위원회를 설립하고, 자문위원들을 전원 외부인사로 채우는 등 교육정책 수립에 시민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조 보좌관은 국회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을 오가며 민감한 교육사안을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송병춘 감사관(56)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교육·청소년위원장 출신으로, 종교과목 선택권 보장을 요구하며 법적 투쟁을 벌인 ‘강의석 사건’ 등 다양한 교육 관련 소송을 맡은 경력을 살려 시교육청에 들어와 감사와 조사를 맡게 됐다. 곽 교육감의 법률 자문이기도 하다. 송 감사관은 그동안 교육계에 고질적이었던 사학비리와 인사청탁, 공사비리 등을 주로 개선하고 있으며 최근 사학 임원 취임 전 자질 검증, 비리교원 소속 학교명 공개 등의 지침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사학법인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송 감사관은 “한국의 사립학교들이 이 정도로 제멋대로일 줄은 몰랐다”며 “교육청 지침을 어기기 일쑤고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그동안 교육청에서 이를 시정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야인사·시민단체로부터도 자문
곽 교육감은 자신의 측근으로 언론인을 중용하는 편이다. 교육감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비서실장과 공보관, 그리고 비서실 정책보좌관 등이 모두 언론인 출신이다.

선거 기간 중 대변인을 역임하다 곽 교육감 당선 후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박상주 실장(49)은 명실상부한 곽 교육감의 최측근이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의 박 실장은 20여년간 언론계에 몸담았으며 곽 교육감과는 짧지만 긴밀한 인연으로 현재 곽 교육감이 가장 신뢰하고 있는 인물 중 한명이다. 참여정부에서 2년간 국정브리핑 팀장과 홍보관리관을 맡았던 조신 시교육청 공보관(48) 역시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다. 곽 교육감의 정책을 전반적으로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최근 조례까지 개정해 시교육청의 홍보 기능을 강화하기도 했다. 중학생 문예체 인성교육, 전문가 재능기부 운동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비서실의 신동진 보좌관(44)도 PD 출신으로 캠프 때부터 곽 교육감과 함께 했던 인사다.

또 곽 교육감은 현장에서 좋은 인재를 발견하면 즉시 발탁을 하기도 한다. 곽 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찾았던 아현산업정보학교에서 만난 방승호 당시 교감(49)이 3년 반 동안 전교생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온 것에 깊은 인상을 받고 시교육청으로 불러들여 지난 9월 장학관으로 임명했다. 방 장학관은 최근 곽 교육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체벌금지 시행 및 학생인권조례 준비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외에도 곽 교육감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그룹과 일부 야당 정치인, 재야인사, 시민단체 쪽으로부터도 종종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부터 곽 교육감을 가장 가깝게 지켜본 박 비서실장은 “곽 교육감은 경기고·서울대를 나왔지만 동창회와 같은 모임에는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며 “그의 인맥은 학연·지연쪽보다는 오랫동안 인권운동을 해오며 신뢰관계로 묶인 시민단체나 학계쪽 인사가 많다”고 말했다.

<심혜리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gra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