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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자개표 재검토 필요하다

입력
2015.02.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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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논의가 무성하다. 그런데 선거제도 못지않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투ㆍ개표제도다. 투ㆍ개표제도에 대한 불신은 선거를 통해 등장하는 정치권력의 정통성 부정으로 이어진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먹고 산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ㆍ개표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것은 그러지 않아도 취약한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적신호이다. 현행 투ㆍ개표제 비판을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이들의 히스테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시민의식의 표출로 보고 현 제도의 취약점을 점검·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자개표기 사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전자개표기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되는 전자개표방식은 투표결과 조작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서부터 일본처럼 수개표 결과를 전자개표기로 검증하는 방법으로 전자개표기의 용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여러 비판과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프랑스나 독일처럼 투표소에서 바로 수개표 하는 대안이다. 분산개표를 통해 전자개표기 없이도 개표를 신속하게 끝낼 수 있음은 물론 투표함 이동도 없어 개표관리의 안전성과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이 우리만큼의 전자기술이 없어 전자개표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개표 과정의 전산화는 개표에 대한 유권자의 감시를 제한할 수밖에 없고, 이는 투표결과의 조작ㆍ왜곡 위험성을 높인다. 개표결과에 대한 (막연한)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연방의회 선거에서 투표 및 개표를 특정 전산프로그램과 단말기를 통해서 하도록 한 법령을 부정 투ㆍ개표 사례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위헌으로 선언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거의 ‘공개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전자 투ㆍ개표기를 사용할 경우에도 유권자가 투·개표의 모든 주요단계를 신빙성 있게 또 별다른 전문지식 없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에서는 전자 투ㆍ개표기 시제품은 물론 선거에 사용되는 제품의 안정성·기술적 확실성을 공인기관이 검증했다거나 그 밖의 다양한 기술적·조직적 안전장치들이 있다는 것이 유권자의 투ㆍ개표 통제를 생략할 근거가 될 수 없다. 투ㆍ개표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려면 유권자가 투ㆍ개표의 주요과정을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법령은 이 같은 선거 공개 요건을 충족시키는 전자 투ㆍ개표기만이 사용되도록 보장하지 못하고 있어서 위헌이라는 것이다. 우리와 사정이 약간 다를 수도 있지만 독일의 판례는 개표에서 준수해야 할 헌법원칙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보통선거 원칙 관철을 위해서 최근 채택된 사전투표제 및 거소투표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투표일이나 투표방법이 늘어나는 만큼 부정이 개입될 소지도 커졌기 때문이다.

사전투표의 경우 투표기간 동안 투표함을 더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기술적 대책을 확보해야 한다. 많은 결함이 드러난 거소투표제의 개선도 절실하다. 특히 심각한 것은 ‘거동불능자’를 위한 우편선거 허용부분이다. 문제는 거동불능자의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본인을 대신한 사위(詐僞) 투표를 방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다수의 악용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보완책이 없다면 폐지가 마땅하다. 또한 악용의 소지가 큰 시설수용자를 위한 거소투표제의 대안으로 독일처럼 이동선거구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이동투표소가 유권자를 찾아가도록 하는 것을 고려해 봄직하다.

그 밖에도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투표함의 개선, 부정투표 방지를 위해 영국을 비롯한 여러 영연방 국가들에서 시행하는 투표지 일련번호제 도입 등 시민사회의 다양한 주장과 대안을 경청하면서 기존 투ㆍ개표제의 허점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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