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대통령 직무대행’ 첫날… 계좌 털린 현직 총리읽음

■ 검찰, 이완구 의혹 본격 수사
측근 등 자금 흐름 파악 주력
내주부터 관련자 줄소환 예고

검찰이 이완구 국무총리 측 계좌 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현직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검찰은 자금흐름 분석 작업을 최대한 서둘러 관련자 소환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언론인 출신 윤모씨와 홍 지사 측의 자금흐름도 들여다보고 있다.

<b>출근길 노란 리본은 어디로</b>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3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퇴근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할 때는 양복 왼쪽 깃에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으나(원안 사진), 퇴근길에는 이를 뗀 차림이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연합뉴스

출근길 노란 리본은 어디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3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퇴근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할 때는 양복 왼쪽 깃에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으나(원안 사진), 퇴근길에는 이를 뗀 차림이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 총리와 주변 인물들의 계좌를 분석해 수상한 자금이 오고 간 흔적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2013년 재·보궐 선거 때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육성인터뷰 녹음파일을 경향신문에서 받았다. 하지만 금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사망해 추가 진술 확보가 불가능한 만큼 정황 증거 수집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위기의 남자 ‘대통령 직무대행’ 첫날… 계좌 털린 현직 총리

검찰은 지난 15일 경남기업 법인과 회사 관련자들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흐름을 추적했다. 검찰은 ‘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완사모)’ 자문임원단 회장을 맡고 있는 충남 아산 소재 시내버스 대표 이모씨를 65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하고 이씨 자금이 이 총리 측에 전달됐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에서 물증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5일 경남기업 본사 및 관계사 3곳, 성 전 회장 측근 등 11명의 주거지 등에서 다이어리와 수첩류 34개, 휴대전화 21개, 디지털 증거 53개 품목 등 관련 파일 257개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 동선 파악을 위해 성 전 회장 차량에 장착돼 있던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단말기도 입수해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여야 정치인 14명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한 장부를 검찰이 확보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그런 형태의 자료는 현재까지 수사팀이 눈으로 확인한 바 없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과 이 총리 측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다음주부터 본격 시작된다. 성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씨의 조사도 다음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재원·곽희양 기자 jwhong@kyunghyang.com>

■ 온종일 두문불출한 이 총리
출근길 2분 인터뷰 애써 ‘담담’
“더욱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시한부 총리’ 위기에 몰린 이완구 국무총리(65)는 17일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출국으로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은 첫날, 첫 목소리로 내놓은 것이다. 11일 뒤면 총리직에서 내려가야 할 공산이 큰 상황이지만 오히려 강한 ‘직무 수행’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다짐과 달리 이 총리는 이날 하루 종일 총리실 안에서만 머물렀다. 업무 때문에 집무실에 머문 것이라기보다는 ‘두문불출’하는 칩거로 비쳤다.

이날 오전 8시50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한 이 총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국정이 한 치 흔들림 없이, 빈틈없이 총리가 통할하는 책무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질문세례를 위해 달려드는 기자들에게 “천천히 천천히”라고 말하는 여유도 보였다. 출국 전 박 대통령으로부터 별도 당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누누이 이야기한 대로 (대통령과 대화는) 말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했다.

출근길 2분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총리는 계속해서 제기되는 의혹에는 쐐기를 박으려는 듯 단호한 태도도 보였다. 검찰 수사를 보고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검찰을 수사 지휘할 수도 없고, 구체적 수사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또 알 수도 없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회동 후 (이 총리) 거취 문제와 관련해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본회의장에서 상세히 말했다”고 했다.

이 총리는 대외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출근 후에는 외부 일정을 일절 잡지 않은 채 ‘두문불출’했다. 오전 9시부터 1시간여 동안 1급 간부회의를 한 게 공식 일정의 전부다. 점심 식사도 청사 3층 구내식당에서 해결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가 “오후에는 4·19혁명 등의 기념사 검토 및 수정을 하며 내부 보고를 받았다. 평상시 업무와 같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오후 7시17분 집무실에서 나왔다. 그는 “일이 그동안 많이 밀려 챙겨보느라 늦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기자들 질문을 “주말 잘 보내라”는 말로 끊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출근길 언론과 마주쳤을 때는 애써 담담했지만, 이날 하루 최대한 외부 접촉은 피한 것이다. 현직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처하면서 ‘식물 총리’가 될 것이라는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의 지적이 현실화한 모습인 셈이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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