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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관타나모 돌려달라”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미국에 “양국관계 정상화 위해 기지 반환·금수조치 해제” 요구

쿠바와 미국이 관계 정상화 과정을 밟는 가운데 쿠바가 미국에 “불법 점거 중인 관타나모 미군기지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쿠바 국토 남동쪽 끝에 있지만 1898년 이후 미군이 점거하고 있는 관타나모 기지는 양국관계 앙금의 상징이다.

쿠바 “관타나모 돌려달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28일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금수조치와 테러지원국 해제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카스트로 의장은 “외교관계 재수립은 관계 정상화의 시작일 뿐”이라며 “하지만 봉쇄가 여전히 존재하고, 그들이 해군기지를 만들어 불법 점거 중인 우리 영토를 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관계 정상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보이는 성의만으로도 대사관 재설치는 가능하겠지만, 완전히 관계를 회복하려면 관타나모 기지 반환과 금수조치 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타나모 기지 반환 요구는 양국 정상의 지난해 12월17일 관계 정상화 선언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지난 21~22일 아바나에서 열린 양국 고위급 대표의 대사관 재개설 회담에서도 인권 문제는 나왔지만, 기지 반환 문제는 특별히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 나라 관계가 진전되면 언젠가는 제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관타나모만(灣)에 위치한 이 기지가 미국 수중에 들어간 것은 1898년 미·스페인 전쟁으로 쿠바가 스페인 지배에서 벗어나면서다. 미국은 1902년 쿠바가 공식 독립한 뒤 철수했으나 석탄 수송과 군사전략상 요충지인 관타나모에서만은 물러나지 않았다. 미국은 이듬해 쿠바와 조약을 맺어 연 2000달러에 임차했다. 조약에 따르면 사법·관할권은 미국이 갖지만, 쿠바의 주권은 인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쿠바 선박이 이 항로를 통해 카리브해로 나가는 것도 허용된다. 이후 양국 간 복잡한 역사 속에 이 기지는 쿠바 안의 미국 점유지로 굳어졌다. 쿠바는 1959년 공산혁명 이후 줄곧 기지 반환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9·11 사건 이후 세계 각지에서 붙잡은 테러 용의자들을 이곳에 수용해두고 있다.

쿠바 “관타나모 돌려달라”

관타나모와 더불어 쿠바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금수조치 해제다. 카스트로는 “경제, 통상, 재정을 아우르는 금수조치 해제 없이는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회복하는 게 근본적으로 어렵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결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금수조치를 더욱 폭넓게 완화하기 위해 직권을 더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15일 미국 시민의 쿠바 여행 제한을 사실상 풀고 양국 간 교역 제한을 완화하는 등 의회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법률로 규정된 금수조치를 풀려면 의회가 법을 바꿔야 한다.

카스트로는 미국이 쿠바에 반체제 선전방송을 송출하는 것을 중단하고, 금수조치로 쿠바인들이 겪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요구는 브라질,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정상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바나 주재 미국이익대표부 대표를 지낸 존 콜리필드는 카스트로의 요구 때문에 외교관계 재수립 같은 단기적 목표가 장애를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개방을 앞둔 쿠바 정부가 더 나은 삶의 조건에 대한 자국민들의 기대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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