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에 사 200억원에 팔아… 100분의 1 토막 ‘눈먼 자원외교’

구교형·유희곤 기자

석유공사, 캐나다 하베스트사 자회사 ‘날’ 최근 매각

야 진상조사위 밝혀… 석유공 “더 큰 손실 막으려 했다”

정부 차원 감사, 당시 관련자 법적 책임 추궁 불가피

이명박(MB) 정부 당시 석유공사가 2조원을 투자한 캐나다 에너지업체 하베스트사의 자회사 날(NARL)이 매입금액 대비 ‘백분의 일 토막’인 200억원에 매각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부실투자에 따른 거액의 손실이 확인되면서 정부 차원의 감사와 민형사상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장인 노영민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하베스트사의 정유업체 날이 미국계 은행인 ‘실버레인지(Silver Range)’에 최종 매각됐다”면서 “실질적인 매각금액은 총투자액(2조원)의 100분의 1 수준인 200억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석유공사는 날 매각 과정에서 재고물량의 가치를 최대 770억원까지 인정받았다. 그러나 시설물 개보수 비용 등으로 550억원을 지불했다. 거래대행 수수료 등을 합쳐 16억5000만원이 더 투입돼 매각을 통해 얻은 이익은 2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또 석유공사는 매각 과정에서 땅값과 시설물에 대한 가치를 단 한 푼도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실버레인지’에서 날의 모든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한 후 인수하겠다고 주장해 부채 7260억원을 떠안았다.

앞서 황찬현 감사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하베스트사 인수와 관련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건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조원에 사 200억원에 팔아… 100분의 1 토막 ‘눈먼 자원외교’

석유공사는 2009년 10월 하베스트사 지분을 100% 인수할 당시 수익을 내지 못하던 날을 ‘끼워팔기식’으로 1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공사는 당시 “확인된 석유·가스 매장량만 30억2000만배럴에 이르며 북미 자원개발 시장 진출의 거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이 종전 6.3%에서 8.1%로 높아지게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인수금액 전액이 자산손실된 데 이어 추가 시설투자(4763억원), 운영비(5830억원) 등으로 1조원 넘게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부실 투자는 책임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야당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을 지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책임론을 제기한 상태다.

노 의원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거부하면 MB 정권의 공범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부채감축 계획안에 매각이 포함돼 있었고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어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베스트사 광구의 추가 매장량 증대 등을 통해 손실을 만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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