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서점 '마르지 않는 문화의 샘'을 꿈꾸다
▲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한 복합문화서점 '마샘' 전경.
▲ 이재필 마샘 대표

시민 협동조합, 남동구 논현동에 복합문화서점 개소 … 학습·소통·문화·사회 등 공유



분명 서점이라 들어왔는데 손님들이 수제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한쪽은 갤러리로 꾸며져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서점에 온 손님들이 한 손엔 책을 다른 한 손엔 캐릭터 공책과 인형, 방향제를 들고 있다. 아무리봐도 서점인데, 무대에선 공연이 한창이고 시인이 낭송을 하고 있다. 눈을 돌려보니 시민을 대상으로 지역, 사회문제, 인권 등의 굵직한 주제의 강연도 진행 중이다. "여기가 서점 맞나요?" 복합문화공간의 '진짜'가 나타났다. 복합문화서점이라 부르고, 시민들의 열린 광장이라고 말하는 '마샘'이 그곳이다. ㈔마중물이 주체가 돼 시민들이 꾸린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마중물문화광장 샘'은 그야말로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우뚝 성장하고 있다.


"학교다닐 때 세금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신 분 계신가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이 마샘 플랫폼 마중에 모인 시민들에게 물었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다양한 연령대의 30여명이 이곳에 모였다. 기획강좌 '인권은 정치다!' 두 번째 강의가 열리는 날로, 오 운영위원장은 '사회권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앞에 섰다.
서점에 들어서자 '플로리안 공감' 코너에 마련된 테이블엔 엄마 손 잡고 따라와 동화책을 읽고 있는 어린이부터, 수학 문제 풀이에 몰두 중인 여중생들, 혼자 와 토익 삼매경에 빠진 청년, 커피 한 잔과 함께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는 중년 여성까지 많은 이들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세미나룸 '이상·일상·상상'방 앞 테이블엔 50~60대 어머니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허혜란(남동구·57)씨는 "친구들과 자수동아리를 꾸려 취미활동을 하고 있는데 일반 카페와 달리 여기선 책은 물론, 전시도 하고 자유롭게 공간을 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로 깊은 샘물을 긷듯이 책을 통해 이웃들이 소통하는 공간 '마샘'이 지난해 9월 남동구 논현동에 문을 열었다. '마중물문화광장 샘'의 줄임말이자, '마중물이 만든 샘', '마르지 않는 샘', '마중물 선생님'을 의미하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맞았다.
이곳은 2009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을 논하는 ㈔마중물이 앞장 서, 자유로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추구하며 기획했다. 협동조합 마중물 문화광장을 조성한 뒤, 마중물 정신을 나누고자 하는 시민들이 모여 학습과 소통, 문화, 사회를 공유하는 거점 공간 '마샘'이 태어났다.
정조합원과 준조합원 총 300여명으로 꾸려진 협동조합 마중물은 이곳에서 시 낭송과 음악이 어우러진 '시음회', 문화공연 '제르미날', 기획강좌 '깊은 샘', 캘리그라피와 자기계발 등 문화·교양강좌 '심미안', 그림과 사진, 역사자료 등을 전시하는 갤러리까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점이기에 모든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유해숙 ㈔마중물 이사장은 "지난 8년간 시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지역과 소통에 대해 공부했다"며 "마샘이 민주시민 교육의 장 그리고 시민들의 문화생활의 거점이 되길 바라며, 다른 기관들도 마샘의 정신과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인천 지역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동구 소래역남로 16번길 75 더타워상가 지하1층, 032-205-6648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이재필 마샘 대표] "20대 열정과 이상 품은 곳… 철학과 의미 얻어가시길"

서점·문구 분야에서 20여 년 간 일하던 이재필(51) 마샘 대표는 ㈔마중물의 제안으로 복합문화서점을 총괄 기획·운영을 맡았다. 전 직장에서 복합문화공간 모델을 만들어 좋은 성과를 일궜던 점을 높이 산 것이다.
제안이 왔을 때만 해도 이 대표는 '반신반의'했다. "단체가 추구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이상적이었다"라며 "지역자체도 시장성이 적었고 무엇보다도 협동조합이 밑바탕이라는 것 등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그의 마음을 돌린 건 ㈔마중물의 조직력과 시민 교육에 대한 열정이었다. "시장조사를 제안했더니 2주만에 500명의 의견을 받아온 데다가 50여 명을 심층인터뷰해서 60쪽짜리 보고서로 주시더라고요. 없는 시장도 창출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시민들이 모인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만큼 애로점도 있었다. 지난 7월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두달이 채 지나지 않아 마샘을 열기까지 수 많은 의견이 모여 충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정작 9월9일 문 열고 나선 그동안 고생을 싹 씻어주듯 공간도 콘텐츠도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서 다들 만족했고, 지금도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마샘은 인기다. 최근 논현동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계산하지 않은 책을 보는 문화'에 대한 격론이 펼쳐졌다. 모두 판매용 책인데 일부 시민들이 주의를 하지 않고 함부로 보는 것에 대한 우려섞인 토론이었다. 이 대표는 "1살도 채 되지 않은 우리 마샘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이기에, 또 조심스러운 말을 시민들이 직접 해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제게 마중물은 첫사랑이에요. 사회에 나와 잊어버렸던 20대 시절의 열정과 꿈꿨던 이상을 그대로 가지고 품고있는 곳이니까요. 많은 이웃과 함께 성장하길 바랍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마샘에서 똑똑해지기]

기획특강 '인권은 정치다!'의 마지막 강의는 6일 오전 10시 진숙경 경기도교육연구원 박사가 '인권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연다.
8일부터 시작하는 '정치 아카데미 1기'는 8~10일 오전 9시부터 시작한다. 첫 날엔 유범상 한국방통대 교수가 '정치철학과 공약', 9일은 정연정 마중물 사무총장이 '정책 분석틀과 공약', 10일엔 '정책 개발과 공약 만들기'를 주제로 유홍성 인하대 교수가 마무리한다.
유범상 교수의 '문학작품으로 세상읽기' 특강은 27일부터 한달간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열린다. <왕자와 거지>와 <레미제라블>로 본 '양이 사람을 잡아먹다', <피노키오>와 <변신>으로 본 '민주적인 차별의 위험한 세상', <멋진 신세계>와 <강철군화>로 본 '영혼없는 기계의 세상', 마지막 강의인 3월20일엔 <유토피아>와 <페스트>로 본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는 광장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올해 핵심 사업으로 진행 중인 '북레터 상상상'도 주목할 만하다. 추천도서 정기구독 서비스로, 출간 2개월 이내의 신간을 매월 10일에 받아볼 수 있다. 유범상 교수의 책 소개와 해설 그리고 책과 곁들이면 좋을 영화나 영상 등도 제공하며, 구독자 가운데 3명 이상이 동아리를 꾸리면 토론 등 독서모임을 지원한다.
자세한 사항은 마샘 홈페이지(www.masambooks.com)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