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1년을 버텼습니다. 3년 뒤 크게 성공할 겁니다"

강일용 zero@itdonga.com

많은 청년이 청운의 꿈을 품고 창업에 도전하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성공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는게 사치일 수도 있다.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를 중단하는 스타트업도 많은게 현실이다.

반대로 1년 이상 버틴 스타트업은 '특별'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갖췄다는 의미이니까. 지난 18일, 서비스 개시 1주년을 맞이한 레진코믹스를 다시 방문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레진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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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일용 기자 (이하 강): 오랜만이다. 일단 서비스 개시 1주년을 맞이한 것을 축하한다. 고작 1년 지났을 뿐인데 많은게 변한 것 같다. 일단 사무실이 으리으리해진 것 같은데…

권정혁 최고기술책임자 (이하 구루): 하하… 고맙다. 원래 한 NGO에서 통채로 사용하던 펜트하우스인데 운 좋게도 입주할 수 있게 됐다.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외관도 그렇고, 넓은 내부 공간도 그렇고… 무엇보다 야근 후 편히 취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게 마음에 든다.

강: 음, 말에 뼈가 있다. 오늘 만나자고 한 것은 다른게 아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태어나고 사라져가는 현재, 레진코믹스가 어디까지 달려왔는지 궁금해서다. 일단 레진코믹스의 지난 1년 간의 행보를 간략하게 들려 달라.

구루: 일단 회원수가 110만 명을 돌파했다. 엔씨소프트로부터 콘텐츠 R&D 투자도 받았다. 벤처캐피탈로부터 받는 일반적인 투자가 아니다. 엔씨소프트와 함께 원천 만화 콘텐츠를 개발해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업(게임 등)을 함께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받은 투자다. 핵심 콘텐츠가 중요한 세상이다. 엔씨소프트의 주력 콘텐츠인 리니지만해도 원작은 만화였다. 그만큼 탄탄하고 매력적인 세계관을 갖추는게 중요하단 얘기다. 좋은 세계관을 가진 만화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이를 함께 게임으로 만들 계획이다. 만화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으로 만드는 것은 국내에서 우리가 가장 어울릴 거라고 생각한다.

구루: 힘든 길을 믿고 따라와준 임직원에게도 크게 감사한다. 초창기 멤버도 모두 고스란히 있고, 여기에 새로운 동료가 합류했다. 직원이 6명에서 17명(직원 15명+인턴 2명)으로 크게 늘었다.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다. 벌써 2년쯤 지난 것 같다. 처음엔 42작품이 연재 중이었는데, 벌써 연재작이 200편 가까이 된다. 1년 사이 4배 증가한 셈이다. 데뷔시킨 신인 작가만 180명 정도고, 발굴한 작품은 240편이 넘는다.

강: 인상적이다. 레진코믹스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구루: 다들 레진코믹스가 망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회사든 3년은 버텨야 오래간다고 얘기한다. 그 다음부터가 진짜다. 3년을 가기 위해 1년 동안 기반을 다지는데 집중했다. 이제 망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든다. 올해부터는 좀 더 빠르게 확장하고 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루: 비결이라… 더 재밌는 콘텐츠를 더 쉽고 빠르게 보여주는데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본을 지키지 못하면 힘들다. 내부에서 언제나 강조했다.

강: 그렇다면 지난 1년간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구루: 솔직히 말해 회사를 차리고 처음이 가장 어려웠다. 작년 5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한달이 가장 힘들었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진짜 어려움이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그걸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어떻게하면 얻을 수 있나 고민하고 있다.

레진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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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3년을 버틸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버티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더 큰 성공을 위한 복안은 있는가?

구루: 아, 이거 말하면 안되는데… 사업 밑천이 드러나지 않나. (강: 좀 말해 달라) 알겠다. 이제 1년 동안 만든 서비스를 개편해서 서비스 2.0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일단 안드로이드 환경부터 개편한다. 그 다음 iOS와 웹 사이트에도 2.0을 적용해 나갈 것이다. 현재 서비스는 만화 콘텐츠 40개를 보여주기 위한 형태다. 이제는 콘텐츠가 200개가 넘는다. 이에 맞게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이 더 많은 만화를 더 편하고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구루: 당연히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이다. 완결된 만화를 번역하고 있다. 그쪽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한국에 연재되는 만화가 일본에도 동시 연재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일본 진출은 레진코믹스의 브랜드를 걸고 직접하는 것이 목표다. 먼저 앱이 진출하고, 그 다음 웹 사이트도 진출할 계획이다.

구루: 콘텐츠가 현지 시장에 진출할 때 부딪치는 가장 큰 벽이 번역이다. 번역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슬램덩크를 기억하는가? 과거 우리나라 만화 시장이 제대로 살아 있던 시절에 출판된 제품이다. 국내 사정에 맞는 로컬라이징이 들어갔다. 사람들에겐 '강백호', '서태웅'이 친숙하다. '사쿠라기 하나미치', '루카와 카에데'가 누군지 알게 뭔가(강백호, 서태웅의 원래 이름).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대사도 그렇다. 원래는 오른손이 슛을 거든다는 뜻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제본방식이 달라 오른손이 왼손으로 보이게 됐다. 그에 맞춰 대사도 달라진거다. 생각해보자. 왼손으로 슛을 거든 것처럼 보여놓고, 원래 대사인 '오른손은 거들뿐'이라고 말했다고. 얼마나 어색하겠는가. 번역의 현지화는 언제나 큰 고민이다. 일본인들이 읽었을 때도 어색하지 않게 퀄리티를 높혀야 한다. 그 점에 대해서 레진(한희성 대표)이 밤낮으로 깊이 연구하고 있다.

강: 아, 그래서 오늘 인터뷰에서 안보이는 거로군. 납득했다. 분명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일본 외에 다른 국가에 진출할 계획은 없는가?

구루: 현재는 없다. 일본 만화 시장이 가장 크다. 일단 일본에서 성공해야 한다. 다른 국가는 일본에서 성공한 다음 결정할 것이다.

강: 앞에서 엔씨소프트와 콘텐츠 R&D 투자를 받았다고 했는데, 그외에 콘텐츠 제휴가 들어온 것이 있는가?

구루: 현재 CJ E&M과 제휴 중이다. 만화 콘텐츠를 영화, 드라마 콘텐츠 등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내용이다. 아직 대놓고 말할만한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진행 중이니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겠나.

강: 혹시 선배 스타트업으로서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말은 없는가?

구루: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서비스 사용자가 많아지면 돈이 될거다'는 안이한 생각은 곤란하다. 사실 국내 상황에선 많아지는 것 자체도 어렵다. 공부를 많이하는 수밖에 없다. 시장을 배우고, 업계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

구루: 이렇게 말하니까 '쟤들은 돈만 밝히나 보다'고 비쳐질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 수익에 밝아야 한다. 돈을 벌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트위터를 보라. 돈을 벌지 못하니 주가가 폭락한다. 팬시(Fancy, 끌리다)함이라는게 서비스의 팬시함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팬시함이 되어야 한다. 이제 광고로 돈을 번다는 것은 무리다. 음, 생각해보니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으면 광고로 돈을 벌 수도 있겠다.

강: 마지막 질문이다. 레진코믹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들려 달라.

구루: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목표다. 회사 이름이 레진엔터테인먼트인 이유이기도 하다. 디지털 콘텐츠를 가장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원한다. 만화를 넘어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러고 보니 또 네이버랑 시장이 겹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사용자의 취향은 다양하다. 우리는 네이버가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가 아이돌 그룹이라면, 우리는 락밴드나 컨츄리쯤 되겠다. 경쟁관계가 아니다. 시장을 키워나가는 협업관계라고 생각한다.

강: 나는 이외에도 더 많은 것을 들었지만, 지면이 모자란 관계로 기사화할 수 없다…는 아니고 솔직담백하게 들은 것 모두 기사화하면 안되나?

구루: 거부한다. 오프 더 레코드다(보도 금지를 조건으로 들려준 얘기).

강: 언… 언론 탄압이다.

구루: 내가 아무리 언론 탄압을 해봤자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만화와 게임이 받아온 탄압만 하겠는가.

강: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슬프다. 어쨌든 건투를 빈다. 3년 뒤에도 후배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배 스타트업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레진코믹스 권정혁 CTO
레진코믹스 권정혁 CTO
<레진코믹스 권정혁 CTO>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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