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문재인 ‘증세 전면전’

박 “증세, 국민 배신” 맹공… 문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 폭주 막겠다”

문, 야당대표로 첫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왼쪽 사진)은 9일 ‘증세론’에 대해 “국민에게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다 했느냐를 항상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것을 외면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대표(오른쪽)는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정부의) 복지 줄이기를 반드시 막겠다”면서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박근혜 정부의 폭주를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 등 향후 경제·복지 정책 방향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2012년 12월 대선 이후 2년2개월여 만에 두 사람이 다시 부딪치면서 ‘대선 시즌2’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된다면 그것이 우리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 그것이 항상 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복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일시적으로 뭐가 되는 것 같아도 링거(수액) 주사를 맞는 것과 같이 반짝하다가 마는 위험을 우리는 생각 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기존 ‘증세 없는 복지’ 방침을 확고하게 재확인하면서, 여의도발 증세론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특히 전날 문 대표가 복지 증세 등을 거론하며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선포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박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면서 “공정한 조세 체계를 다시 확립하겠다.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등 부자감세 철회를 뚫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서울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김대중·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야당 지도부가 보수진영의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표는 참배에 앞서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하지만 문 대표 참배에 새정치연합 정청래·유승희 최고위원이 불참하는 등 내부 반발도 노출됐다.

새누리당은 극찬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적 변화를 두고 성숙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함께 펼쳐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