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스마트TV 사업자들의 인터넷 망 무단 사용에 '접속제한' 조치라는 초강수를 뒀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스마트TV 사업에 본격 나선 가운데 망 사업자인 KT의 이번 조치에 따라 시장 확대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8일 KT는 다수 인터넷 이용자 보호 및 시장질서 왜곡 방지를 위해 인터넷망을 무단사용하는 스마트TV에 대한 접속제한 조치를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접속제한이 되면 스마트TV의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제한되지만, 이용자의 기존방송 시청 및 초고속인터넷 사용에는 영향이 없다. 국내 스마트TV 누적 판매 대수는 100만대 가량이며 이 중 10만대가 스마트TV의 앱 서비스 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TV 이용자들은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의 유선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쓰고 있다.

KT 관계자는 "스마트TV 인터넷망 접속제한은 인터넷 이용자 보호 및 시장 질서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2년 동안 스마트TV 사업자들과 협의를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9월 전력소비를 조절하지 못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듯 네트워크도 프리라이딩(Free Riding) 데이터가 폭증하면 IT 생태계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마트TV는 PC와 달리 HD, 3D급 대용량 고화질 트래픽을 장시간 송출시키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단말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TV 동영상은 평상시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방송중계시 수 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어 인터넷 가입자망 무단사용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확대 된다면 머지 않아 통신망 블랙아웃(Blackout)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KT는 지적했다.

대용량 트래픽으로 네트워크가 흔들릴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대다수의 일반 인터넷 이용자다. KT 데이터에 의하면, 대용량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독점할 경우 일반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는 최대 265배나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측정된다.

KT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스마트TV 사업자가 네트워크 사용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터넷전화(VoIP) 사업자는 인터넷망 사용에 대해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으며, IPTV도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에 따라 인터넷망에 대한 이용대가를 협의 부과하도록 돼 있다.

2006년 하나TV도 LG파워콤의 인터넷망 무단사용에 대해 접속제한을 받았고, 결국 망이용대가를 합의했다.

지난 해부터 스마트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스마트TV 사업자와 통신사들의 인터넷망 이용대가에 대한 공방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통신업계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통해 지난 1년간 수차례에 걸쳐 '통신사-스마트TV사업자'간 협력 제의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스마트TV 사업자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고 통신사들은 주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하는 망 중립성포럼에 성실히 참여해 왔다"며 "KT의 이번 조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망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스마트TV에서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해 인터넷망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면서도 "스마트TV 사업자와 망사업자간 상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