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독 '高위험군' 청소년 치료 꼭 필요한데… 부모 90% “내 아이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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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1.05.07. 오전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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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A양(13)은 입학할 때부터 기운이 없고 우울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친구와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담임교사와의 상담에선 “부모님이 이혼해 버려진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학교에서 인터넷 중독을 진단하는 ‘K척도 검사’를 실시하자 ‘위험사용자’군으로 나타났다. 우울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경향도 나타나자 학교 측은 인근 정신보건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곧 A양에 대한 정밀 진단과 치료가 시작됐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치료는 중단됐다. 아버지가 “별 문제 없다”며 치료를 포기하고 A양을 친어머니에게 보내 버린 것이다. A양이 전학을 가면서 정신보건센터와의 연계도 끊어졌다. A양을 맡았던 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6일 “1년여가 지난 지금 아무도 A양의 상태를 모른다”며 “친어머니·아버지와 함께 치료를 이어갔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부모의 무관심과 편견이 치료를 막는 주요인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전국 7600명(만 9~39세)을 표본으로 실시한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은 12.4%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다른 정신적 문제 없이 단순 인터넷 중독 증세만 보이는 청소년은 전국 87만7000명에 이른다.

인터넷 중독은 우울증, ADHD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지역 초4·중1학년만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인터넷 중독 정도가 ‘고위험군’으로 나타나고 우울증이나 ADHD 증세까지 겹쳐 정신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했던 학생 100여명 가운데 실제 정신과 치료를 받은 학생은 10여명”이라며 “90%는 부모가 치료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시·구 단위로 있는 정신보건센터는 심리 검사와 상담을 통해 인터넷 중독·우울증 치료를 돕는다. 하지만 정신보건센터에는 자녀의 진단을 거부하는 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왜 우리 아이 명단이 거기까지 갔느냐”며 항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상담사는 “우리에게 욕설을 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가 유학 갔다는 거짓말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 정신건강 선별 검사를 할 때 먼저 학부모 대면교육을 실시토록 권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면교육 실시율과 참여율 모두 저조한 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 하는 선별 검사뿐이다. 학교에서 보건센터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부모의 의지가 치료를 좌우한다”며 “학부모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임세정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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