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억여원 발행 후 6억 판매 … 5년째 한 장도 못 팔아
높은 환전 수수료·불편한 사용에 상인·시민들 외면
이천시 지역 화폐인 '지역 상품권' 30억원이 5년째 은행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높은 상품권 환전 수수료에 가맹업체들이 유통을 꺼렸고, 시민들은 가맹업체가 거의 없어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26일 이천시에 따르면 10여년 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상품권'을 야심차게 도입했지만 수요예측 실패로 상인과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시는 2007년 이천상인회와 공동으로 '이천사랑 지역 상품권' 37억5000만원을 발행했다. 발행하는 데에는 7000만원의 제작비용이 들었다. 상품권은 5000원권부터 10만원권 등 6종류로 총 12만매(금액 37억5000만원)가 제작됐다.

시는 발행한 상품권을 농협중앙회 이천시지부와 이천 신용협동조합에서 판매했다.

시는 상품권을 대형유통업체를 제외한 이천 시내 점포 중 '상품권 가맹업체'에서만 사용 가능토록 했다.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소상공인 보호 및 지역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시는 이천사랑 상품권이 잘 정착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시의 이런 기대는 사업 초기부터 어긋났다.

당시 시는 '홍보', '가맹점확보' 등 이 두 가지를 지역상품권 사업의 '성패'를 가를 열쇠로 봤다.

그러나 시가 확보한 지역상품권 가맹업체는 650여곳(2013년 기준)에 불과했다. 이는 이천시 전체 상점 1만1000곳을 감안하면 고작 5.9% 수준이다.

또 상품권을 농협 등 대형마트에서 사용할 수 없고, 구입처도 농협중앙회와 이천신용협동조합에만 한정하면서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지역 상품권은 판매실적은 극히 저조했다.

상품권 판매실적은 2007년 3400여만원, 2008년 1억5000만원, 2009년 2억여원, 2010년 1억6000만원, 2011~2012년 5000여만원 등 2012년까지 총 6억원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후 2013년부터 지금까지는 5000원권 한 장 팔지 못했다. 현재 남은 상품권 31억원은 이천시지부와 이천 신용협동조합이 보관하면서 먼지만 수북이 쌓였다.

문제는 또 있다.

이천지역 상인들이 2013년부터 이 상품권을 거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품권 환전 과정에서 지역 상인들이 부담해야할 수수료가 2%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상품권을 공동으로 발행한 '이천시-이천상인회' 간 갈등으로 상인회에서 상품권 사용을 전면 중단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시민들이 쓰고 싶어도 더 이상 지역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앙통 상인 안모(52)씨는 "가뜩이나 대형할인 유통점에 빼앗긴 손님을 유도하려면 가격 경쟁력 밖에 없는데, 상품권의 높은 수수료를 떼는 게 큰 부담이어서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2013년부터 상인회에서도 상품권을 받지 않고, 구매하는 사람도 없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을 도입한 만큼,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앞으로 상품권의 제 기능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