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강요 안된다

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며 강압적으로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낸 사실이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지난 2일 남부발전은 사업소별로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나서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거나 일일이 전화를 거는 방법으로 집단적 동의를 강요·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부들 발언 중에는 “매일 사업소별로 임금피크제 동의서 결과가 나오는데 우리 사업소가 꼴찌다”(부산화력) “찍히면 우리팀은 조그만 사고가 나도 끝장이다”(신인천복합화력) 등 내용도 있다. 남부발전이 사업소별 실적 경쟁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더 큰 불이익을 당할 것처럼 직원들을 몰아붙인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부발전의 행태는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은 물론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 집단적 동의를 구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취지를 사실상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직원의 59%로부터 임금피크제 동의를 얻어냈다는 남부발전의 주장이 효력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근로기준법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노동조건 후퇴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노동자의 자유로운 의견표명과 자발적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남부발전이 임금피크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배경은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청년고용 절벽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도 완화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 “6월 중 기관별 추진 방안을 수립하고 8월까지 신규 채용 목표를 설정해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경영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들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경쟁에 나서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이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현재 현장은 임금피크제 관련 노사 간 협의가 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아직도 공공기관이 노사 협의를 충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임금피크제 자체에 반대할 국민은 별로 없지만 취지 못지않게 절차가 중요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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