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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수는 되고 진보는 안된다’는 대법관 후보 추천위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후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대법원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한다는 세간의 평가가 막연한 의구심이 아닌, 객관적 사실일 가능성이 드러났다. 경향신문 8월11일자 10면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열린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관 후보감들을 두고 다양한 관점과 평가를 주고받으며 합리적 토론을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념적 편견을 가진 다수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최고 법원을 편중되게 만들려는 장이었다. 거의 대부분 중요한 사안은 표결로 처리됐고 표결 결과는 매번 8 대 2였다. 심지어 특정심사 대상자는 ‘진보라서 안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에 부딪혀 결국 심사대상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대법관 인선에 ‘보수는 되고 진보는 안된다’는 기준을 공식 적용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결국 보수적인 경력법관 일색의 대법원은 다음달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 후임자 선출과정에서도 이런 비민주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인적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

물론 대법원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올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박상옥 대법관 후보의 사전검증에 실패해 논란을 빚자 대법원은 후보추천위 운영규칙을 개정했다. 후보자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고 일반인들로부터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등 외형적으로 국민공개 추천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후보추천위가 천거한 3명의 후보 모두 서울대 법대, 50대 남성, 고위법관 출신이었다. 기존의 대법관 임명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중 이기택 서울서부지법원장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소수자 인권보호와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또다시 무시된 것이다.

대법원은 외부인사들이 후보 3인에서 배제된 이유로 ‘자질’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후보추천위에서 ‘진보는 안된다’는 반대의견이 나오고 매번 표결 결과가 8 대 2로 나왔다는 것은 외부인사보다 후보추천위원 자질에 더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10명의 후보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을 양 대법원장이 직접 뽑을 수 있는 위원회 구조라면 편향성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번 후보추천위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발언은 ‘대법원장 의중’이었고 추천위가 올린 3명의 후보도 모두 대법원장이 제시한 인물이었다. 이는 후보추천위가 국민이 원하는 인물이 아니라 양 대법원장이 원하는 인물을 대법관으로 만들기 위해 거수기 노릇을 했음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 주장에 앞서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상고심에 반영되도록 대법관 후보추천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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