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한달새 마약범 300명 이상 사살

입력
수정2016.07.30. 오후 1:00
기사원문
김문성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AP=연합뉴스]

"인권·법치 뒷전" 비판…남중국해 분쟁 완승에도 영유권 행사 '난항' 약소국 한계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마약 용의자 300명 이상 사살과 4천400여 명 체포, 14만 명 이상 자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거둔 '마약과의 전쟁' 결과다.

거친 언행 탓에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범죄 소탕전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인권과 법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 또한 커지고 있다.

3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이달 27일까지 마약 용의자 316명이 경찰에 사살된 것으로 집계했다.

마약 용의자 4천386명이 체포됐고 14만1천659명이 자수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경단과 괴한의 총에 맞아 죽은 용의자까지 포함하면 총 420명이 사살됐다는 비공식 집계도 있다.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대권을 잡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범을 죽여도 좋다"며 포상금은 물론 형사책임에 대한 사면까지 약속하며 집권 초기 경찰력을 마약 소탕전에 쏟아붓고 있다.

자수하는 필리핀 마약용의자들[AFP=연합뉴스]

만연한 마약이 가정과 나라를 파괴하기 때문에 어떤 온정도 베풀지 않겠다는 것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의지이지만 즉결처형과 다를 바 없는 범죄 용의자 '현장 사살'로 변론과 재판 등 사법체계를 무력화한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 외곽 파사이 시의 경찰관 2명은 정당방위를 넘어 마약 용의자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자신의 가족이 억울하게 마약 용의자로 몰려 경찰 총에 맞아 숨졌다는 울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는 즉결처형된 것으로 의심되는 103명의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내달 상원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필리핀 상원과 인권위가 경찰의 범죄 용의자 즉결처형에 제동을 걸기를 기대했다.

이 단체는 경찰이 저항하며 총을 쏘는 용의자를 사살했다고 주장할 뿐 자위권 행사의 추가 증거를 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난 25일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인권은 범죄자 보호의 핑계가 못 된다"며 "모든 마약왕과 자금책, 밀매꾼이 자수하거나 감옥에 들어갈 때까지, 혹은 땅 밑에 묻힐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강성의 두테르테 대통령도 외교 무대에서는 저돌적인 자세를 접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 중재에서 지난 12일 완승했지만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판결했지만, 중국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데다가 판결 이행을 강제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PCA 판결을 토대로 중국과 남중국해 해법을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은 판결이 대화의 기초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 국민은 영유권을 한 치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며 상대방에 대한 반감을 짙게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반중 전선을 강화하는 등 국제역학 구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약소국인 필리핀의 독자 행보에 한계가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필리핀 정부는 중국과의 대화 개시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혀 PCA 판결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분쟁의 조기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공산 반군과의 평화협상 재개, 인프라 개선 등 경제개발도 정책 과제로 제시했지만 범죄 소탕과 남중국해 문제가 당분간 국정의 주요 의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kms1234@yna.co.kr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