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년 만에 격변 일어난 부산의 정치지형

2016.04.14 21:47 입력 2016.04.14 21:48 수정

20대 총선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부산·경남(PK)에서 26년간 지속돼온 새누리당 독점 체제가 무너진 것은 놀라운 대목이다. 부산은 1979년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부른 부마민주항쟁의 진원지였다. 전통적 야도(野都)였던 부산의 정치적 색채는 1990년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민주정의당·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하며 달라지게 된다. 이후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일당 독주체제가 유지돼왔다. 총선에서 여당의 공천장은 당선확인증이나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에서 5석, 경남에서 3석을 차지했다.

야당 당선자가 대거 나온 배경은 새누리당의 자충수에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사상 처음으로 현역 의원들을 100% 공천했다. 이런 여당의 오만과 독선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 반면 더민주의 김영춘(부산진갑), 박재호(남을), 전재수(북·강서갑), 최인호(사하갑) 후보 등은 낙선의 고통을 딛고 지역밀착형 공약과 선거운동으로 표심을 잡았다. 경남에서도 민홍철(김해갑), 김경수(김해을), 서형수(양산을) 후보가 야당 소속으로 승리했다. PK의 일당 독점체제 붕괴는 고질적 지역주의 완화의 청신호이자, 3당 합당으로 일그러진 한국 현대정치사를 새로 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보수 패권’의 강고한 벽이 무너진 곳은 PK 지역뿐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여당의 오랜 아성이던 ‘강남’과 ‘목동’이 야당을 향해 문을 열었다. 강남을에서 더민주 전현희 후보가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를 꺾었다. 목동이 위치한 양천갑에서도 더민주 황희 후보가 승리했다. 이들 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각각 24년(강남을), 28년(양천갑) 만의 일이라고 한다. 20대 총선 결과는 지역주의가 균열을 넘어 붕괴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라던 시대는 이제 저물었다. 한국의 ‘비정상 정치’가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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