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방부, 북한 왜 자극하나

북한이 어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8·25 합의 후 남한 당국자들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해치는 언행을 하고 있다며 이를 삼가라고 경고했다. 남측이 공동보도문 채택을 ‘원칙론의 승리’나 된 듯 자축하고, ‘유감 표명’이라는 문구에서 유감을 사과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한 한·미 합동 화력시범 훈련도 비판했다. 북한이 당장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촉즉발의 위기를 벗어난 상황에서 이 같은 경고의 빌미를 준 것은 소홀히 넘길 일이 아니다.

사실 8·25 합의 후 남측 당국자들은 쓸데없이 북한을 자극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은 지난달 27일 공개 학술회의에서 핵무기 사용 조짐이 보일 경우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개념을 언급했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최고 수뇌부를 겨냥한 것이다. 북한이 한·미 화력시범을 언급한 것도 이날 국방부가 지하벙커 공격용 무기의 실사격 장면을 처음 공개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성능을 언급했으니 참수작전에 쓰일 무기로 위협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또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최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다음달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8·25 합의로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북한의 자존심만 건드린, 대화에 도움이 안되는 말이다.

남북대화가 막 시작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일이다. 북측에 엄정히 대응하면서도 신중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남북 간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는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판을 깰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을 상대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임무를 맡은 국방부 당국자들은 더욱 이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군 당국자들의 발언을 8·25 합의에 대한 남한 내 강경파의 거부감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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