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사태,돈 미끼 내건 교과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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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KAIST) 사태는 돈을 미끼로 내건 교육과학기술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H대 공대 교수)

“교과부가 천편일률적인 평가지표를 세워두고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S여대 교수)

“서남표 총장은 교과부의 서열식 평가시스템을 모범적으로 따른 피해자다.”(K대 자연대 교수)

최근 카이스트 사태는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 교과부 책임론이 가장 크다는 의견이 교수들 사이에서 거세다. 서남표식 실패한 개혁이 아니라, 교과부의 무한경쟁식 교육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

12일 주요 대학 이공계 교수 및 학과장 등에 따르면 최근 카이스트 내 학생 및 교수 5명의 잇단 자살의 근본 원인은 교과부의 ‘대학 서열화’ 정책이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공계 교수들은 교과부가 대학 평가지표를 교육영역(학생당 교수 비율, 장학금), 교수영역(연구비율), 국제화영역(외국인 교수비율, 교환학생 비율. 영어강의 비율), 취업률 등으로 세분화해 점수를 매겨 압박했다고 전했다.

서 총장이 교과부 정책을 학교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학생 및 교수들에게 큰 부담을 줬다는 평가도 있다. 서 총장은 연구실적이 나쁜 교수들은 정년보장을 하지 않고 100% 영어강의 및 ‘징벌적 장학제도’를 도입했다.

■돈 미끼, 대학 무한경쟁 유도

인천의 A대 공대 김모 학과장은 “최근 카이스트 교수 및 학생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은 영어 100% 강의는 단기간에 교과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낼 수 있어 무리하게 진행됐다”며 “교수 논문 성과는 단기간에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마다 색깔을 내도록 해줘야 하는데 교과부가 획일화된 평가 지표 및 잣대를 만들어 놓고 대학에 지원금을 미끼로 경쟁을 부추겼다”며 “서울대와 지방대가 같을 수는 없다. 특성에 맞는 평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소재 K공대 박모 교수는 “대학들은 우리 대학이 몇 등이니, 앞으로 몇 등까지 끌어올려야 지원을 받는다는 식의 회의를 매일 갖는다”고 전했다. 그는 “평가 지표를 맞추기 위해 일부 대학은 취업률을 부풀리는 등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연구비 지원이 벅찬 교수들의 애로사항도 터져 나왔다. H대 공대 이모 교수는 “규모가 되는 이공계 대학원은 대학원생 학비와 생활비를 교수들이 외부에서 과제를 따와 거의 다 대준다. 하지만 교과부의 엄격한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연구비 횡령으로 범법자 취급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족한 연구비를 메우기 위해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생 인건비로 책정해놓고 다시 돌려받는 식으로 편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높은 점수 받자”··· 교수·학생 압박

교과부가 지원하는 대학 지원금의 유용 우려도 제기됐다. 서울 소재 Y대학 관계자는 “교과부가 지원한 돈은 학교로 들어오는데 학교들은 각종 건물(교육시설) 확충에 지원금을 더 쓴다. 반면 장학금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다. 대학원생에 비해 학부생 장학금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과부로부터 5000만원 짜리 과제를 딸 경우 1000만원은 간접비와 운영비로 학교에 그냥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구비 유용 혐의로 조사를 받다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카이스트, 서강대 교수의 경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스트 박모 교수는 지난해 최우수교수로 선정되고 올 1월에는 ‘올해의 카이스트인상’에 뽑히기도 했다. 또 서강대 이모 교수는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국과학상 물리학 부문 수상자였다. K대 김 교수는 “교수가 명예로 사는 직업이다보니 감사에 따른 충격이 크다. 그렇지만 감사 이후 사망한 교수들의 명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포스텍에 재임 중인 한 외국인 교수는 “한국의 연구비 관리가 상당히 까다롭다. 자율성이 배제됐다”고 평가했다.

교과부가 진리 탐구의 전당인 상아탑을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처럼 바꾸고 있다는 불만도 많았다. 서울대 등 각종 국립대의 법인화를 추진 중인 교과부는 지난 11일에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나 산학협력에 성과를 내는 교수 200여명을 채용 및 육성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든 것은 대학의 자율의지에 의해 이뤄진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학은 교과부 정책에 의해 학사행정이 이뤄져 사실상 정부가 주도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rainman@fnnews.com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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