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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쿠르드족 PKK·KRG 현실앞서 엇갈린 명운(종합)

송고시간2015-07-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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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쿠르드족 PKK·KRG 현실앞서 엇갈린 명운(종합) - 2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이란, 터키, 시리아 등 중동 각국에 흩어져 사는 쿠르드족은 약 3천만명으로 추산된다.

상당한 규모지만 쿠르드족은 역사상 한 번도 독립국가를 가져본 적 없는 '비운의 민족'으로 불린다. 여러 차례 독립국가 수립을 갈구해왔지만, 중동 각국의 이해타산에 따라 이용당하기도 했고 탄압받기도 했다.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사는 쿠르드족 가운데 어느 정도 정치적 세력을 유지하는 곳이 이라크와 시리아·터키다.

이라크에선 이미 북부 3개주의 자치권을 인정받아 쿠르드자치정부(KRG)를 견고하게 유지하면서 준(準) 국가 체계를 갖췄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사태는 KRG에 반사이익이 됐다. 지리멸렬하고 부패했던 이라크군을 대신해 자체 군사조직인 페쉬메르가는 월등한 전투력으로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를 방어했다.

이라크 중앙정부와 비교되는 KRG의 활약으로 숙원인 독립국가 수립의 꿈이 현실로 한 걸음 더 다가온 게 사실이다.

24일 KRG 수도 아르빌을 방문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승리는 오로지 여기(쿠르드자치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이뤄낼 수 있다"며 페쉬메르가에 찬사를 보낸 것은 IS 사태에서 KRG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물론 KRG의 분리독립을 반대하지만 IS사태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미국의 비호까지 받는 쿠르드족을 견제할 마땅한 명분이 없다.

시리아·터키 국경지대의 쿠르드족 역시 이라크의 KRG와 마찬가지로 코바니 혈투에서 보듯 IS에 대항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IS가 쿠르드족의 거주지역을 공격해서였기도 했지만 KRG와 마찬가지로 IS 사태를 분리독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정치적 의도도 다분히 섞여 있다.

그렇지만, 터키 정부는 장악력이 취약한 이라크와 달랐다.

터키 정부는 수루치 테러가 일어나고 나서 배후로 지목된 IS에 보복한다면서 쿠르드노동자당(PKK) 소탕에 나섰다.

PKK는 쿠르드족 다수가 희생된 수루치 테러를 터키 정부가 방조했다고 보고 터키 경찰을 살해했고, 터키 정부는 이에 즉각 대응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PKK가 IS와 가장 격렬하게 싸웠던 무장조직 중 하나인 점을 고려하면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터키는 24일 KRG의 영역인 이라크 도후크 주(州) 산간의 PKK 근거지까지 공습했다.

상식적이라면 KRG는 터키의 월경 공습이 자치권 침해지만 KRG는 사실상 이를 묵인했다.

마수드 바르자니 KRG 수반은 터키의 공습으로 도후크 주에서 민간인 피해자가 생겨나자 25일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며 "상황이 더 격화되지 않고 (터키와 PKK의) 협상이 해법"이라고 우려한 정도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도 이날 "마수드 수반에게 PKK 공습을 설명했고, 바르자니 수반도 터키가 PKK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는 2011년 8월에도 KRG의 암묵적 동의하에 도후크 주의 PKK 근거지를 8일간 공습했다.

강성 무장투쟁으로 터키·시리아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PKK는 터키의 요구로 미국과 나토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조직이다.

1978년 압둘라 오칼란(67)을 중심으로 터키 앙카라에서 쿠르드족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출발했다.

1984년 무장조직으로 성격을 바꿔 과격화했고 이후 30년간 끊임없이 터키 정부와 유혈충돌을 벌이다 2013년 3월 오칼란의 뜻대로 휴전 협정을 맺었다. PKK는 터키를 떠나 이라크 북부로 옮기겠다고 했으나 이라크 정부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6월 터키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온건 쿠르드계 정당 인민민주당과도 노선차이로 사이가 좋지 않다.

KRG는 동족인 PKK보다 터키와 관계를 선택했다.

KRG의 주 수입원인 원유 수출이 터키를 통해 이뤄지는 '현실적' 필요가 가장 큰 이유다.

이라크 헌법상 KRG의 원유수익은 이라크 중앙정부로 귀속돼야 하고, 예산을 받아야 하지만 이 자금줄이 정치적 갈등과 중앙정부의 기능 약화로 자주 끊긴다. KRG는 중앙정부의 경고를 무릅쓰고 터키로 향하는 송유관과 국경을 오가는 탱크로리로 원유를 자체수출해 운영 예산을 충당한다.

KRG는 아울러 자칫 강경 노선인 PKK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어 역사상 가장 가능성이 커진 독립국가 수립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상당히 경계해왔다.

지난해 10월 코바니 전투에 이례적으로 페쉬메르가를 파병한 것도 PKK의 입지를 좁히려는 의도가 깔렸었다. PKK 단독으로 코바니 전투를 승리해 IS의 터키 진입을 막았다는 공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KRG가 수를 쓴 것이다.

비록 피를 나눈 혈족이지만 냉엄한 현실의 이익은 두 쿠르드 세력을 돌아서게 한 셈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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