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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대책] 세금폭탄 논란 일단락됐지만 재정부담 확대·징세구조 왜곡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7 17:26

수정 2015.04.07 17:26

환급액만큼 재정부담 증가, 소득세 내지 않는 근로자 50% 수준까지 오를 전망

7일 연말정산 보완대책이 발표되면서 그동안의 세금폭탄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정부의 보완대책이 세부담이 증가한 연봉 5500만원 이하 구간에 집중되면서 사실상 모든 근로자의 세부담이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5월 재정산을 통한 환급과 보완대책으로 왜곡된 징세구조에 대한 논란, 근로자의 특성과 선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되는 원천징수 제도까지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완책, 재정부담 늘려

연말정산 보완책으로 541만명에 대해 총 4227억원의 세부담 경감이 이뤄진다.

분야별로 보면 신설된 근로소득 세액공제 확대가 가장 크다. 총 346만명이 해택을 보면 세부담이 2632억원가량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세액공제금액 인상으로 229만명에게 217억원의 혜택이 예상된다.

자녀세액공제 확대와 출산.입양세액공제 신설로는 56명이 957억원의 세부담을 경감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어 연금저축 세액공제율 인상으로 63만명이 408억원의 세부담을 덜게 됐다. 연금저축과 함께 세액공제율이 인상된 장애인 전용 보장성보험의 경우도 4만명이 총 12억원의 세부담 경감이 발생한다.

이는 개인에게는 추가 환급이 발생하는 것이지만 국가재정으로 본다면 추가적인 재정적자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재정상황을 보면 지난해 10조9000억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결손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도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번 연말정산 보완대책으로 4227억원가량을 환급하게 됐다. 이것은 원천징수하는 세액과 상계하는 부분"이라며 "따라서 올해 세수에 그 수준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징세구조 왜곡 가능성

보완책의 핵심은 2013년 세법개정에 따른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부담 증가 해소다. 이를 위해 자녀양육, 중.저소득층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지원 등 강화, 싱글세 논란 해소 등이 이뤄진 것. 문제는 보완책이 징세구조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근로소득세액공제 확대가 면세점을 지나치게 높이는 영향이 있다.

근로소득세액공제란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공제항목으로 산출세액에 일정 비율을 곱한 금액을 세액공제로 차감해 주는 제도다. 정부안에 따르면 55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는 세액 50만원 이하까지 55%의 높은 공제율을 적용해주던 것을 130만원 선까지 높이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완대책으로 면세(세금을 내지 않는)점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본다"며 "아직 확정치가 나오지 않아서 어느 정도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확정치는 9월쯤 최종 집계된다"고 언급했다.

2013년 현재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자는 총 1636만명이었지만 소득세를 내지 않은 근로자는 512만명에 달했다. 비율로는 31.3%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보완대책으로 면세점이 상향 조정되면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 비율이 5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세율은 낮게 하고 세원은 넓힌다는 조세정책의 기본과 배치되는 것. 근로소득세액공제 확대는 급여가 5500만원에 근접한 이들은 절세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더 깎을 세금이 없는 2000만∼3000만원 아래의 저소득자는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역차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출산·양육공제 부활 및 자녀공제 확대는 국세청이 도입한 근로장려세제(EITC)와 중복 혜택을 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게 됐다. EITC는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 형태로 지급하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를 뜻한다. 이 제도 도입을 이유로 인적공제가 축소된 바 있다.

■혼란은 계속될 수도

보완책을 담은 세법 개정안이 순탄하게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당장 다음달부터 지난해 소득분에 대한 재정산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다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급적용 대상자가 541만명으로 전체 연말정산 대상자인 1619만명의 약 3분의 1에 이르기 때문이다. 또 원천징수 의무자로서 국세청의 연말정산 관련 업무에 협조해야 하는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은 재정산 업무에 인력과 비용을 또다시 투입해야 하므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정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부분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부양가족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서류만 기업 경리팀을 통해 요청하는 방식으로 큰 무리 없이 재정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근로자 맞춤형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원천징수제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원천징수는 근로자 월급여액과 가족 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이는 평균치를 계산한 것으로 가구별 특성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연말정산을 통해 원천징수액이 실제 부담해야 할 세금보다 적은 경우 추가로 세금을 걷고 많은 경우 환급액을 돌려주는 것이 불가피했다. 이에 기재부는 간이세액표에 따른 원천징수율을 본인이 선택해 간이세액의 80%, 100%, 120% 중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논란을 줄이기 위해 국민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지만 근로자 개개인이 선택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 정부가 세금을 거두는 과정도 복잡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문창용 실장은 "월급에서 원천징수를 줄이고 연말정산 때 추가 납부를 하려면 80%를 선택하면 되고, 원천징수를 늘려 연말정산에서 환급을 받으려면 120%를 선택하면 된다"며 "기술적으로 크게 복잡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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