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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안부 합의’ 반성 않고 시민을 겁박하는 청와대

‘불통 정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합의’ 비판 여론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정부의 대응은 세월호 참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동,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민중총궐기 때와 닮아 있다. 시민은 정부의 무능·무책임·불투명성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시민에게 화를 낸다. 공복(公僕)의 사명을 망각한 채, 시민을 질타하고 윽박지른다.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31일 김성우 홍보수석 명의로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김 수석은 “소녀상 철거를 전제로 돈을 받았다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보도와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유언비어는 위안부 문제에 또 다른 상처를 남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 ‘무효’와 ‘수용 불가’만 주장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도 이런 문제에는 손 놓게 될 것”이라며 “국민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이해해달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 언론을 향해선 “보도에 신중을 기하라”고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번 협상 과정은 어떠했던가. 피해 할머니들과 사전 협의조차 없이 ‘최종적·불가역적’ 같은 문구에 덜컥 합의해줬다. 피해 할머니들이 수용하지도, 국민이 납득하지도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스스로 정한 원칙을 깨뜨렸고, 왜 원칙을 깼는지 합당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유력 언론이 잇따라 이면 합의 의혹 등을 제기하는 것을 모두 사실과 다른 보도로 예단하기도 어렵다. 협상 결과에 합리적 의구심을 갖는 것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다.

정부 비판을 유언비어로 몰고, 비판적인 국민을 ‘비국민’으로 분리해 고립시키려는 전술은 낯설지 않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박 대통령은 인터넷의 유언비어를 거론하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 진원지를 추적하라”고 지시했다. 메르스 파동 당시 검경은 유언비어 유포사범에 대한 구속수사를 공언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때 여권은 반대론자들에게 색깔론을 들이대며 압박했다. 민중총궐기 당시 청년실업과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시민을 대통령은 잠재적 테러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정권은 불리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가만히 있으라’며 시민을 겁박해왔다. 그러나 시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성공한 적이 없다.

박 대통령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포용하기보다 배제하거나 배격하려 하고 있다. 말 잘 듣는 집권여당, 굳건한 핵심 지지층을 믿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어느덧 임기 4년차다. 시간은 대통령 편이 아니다. 4월 총선이 끝나고 나면 새누리당도 지금 같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무오류’라는 독선을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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