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 상장이 임박하면서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가 주목받고 있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1%,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4%, 이건희 회장이 3.7%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 지분만 45.6%에 달한다. 반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 지분은 0.6%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서 삼성이 대주주 비중이 높은 제일모직을 상장한 뒤 삼성전자와 합병해 그룹 지배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삼성전자를 분할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삼성전자홀딩스)와 사업회사(삼성전자)로 나눈 뒤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강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홀딩스를 합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선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 지주회사로 갈 생각도 없고 지주회사 체제가 주는 실익도 의문”이란 반응이 나온다. 지주회사 전환은 ‘증권가의 시나리오’일 뿐이란 얘기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6.2%를 지주회사가 인수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도 걸림돌로 꼽힌다. 또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관련 법령에 따라 금융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취득할 수 없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계열사 간 지분 매매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증권업계는 당장은 어렵더라도 몇 단계의 인적 분할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지주사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