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레노버 등 수입가전 '싸구려 A/S' 소비자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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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레노버 등 수입가전 '싸구려 A/S' 소비자 '멘붕'
  • 김은주 이화연 김수정 인턴기자 crystal@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3월 16일 0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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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력 '여론몰이' 서비스 투자 인색…삼성·LG 등 국내 업체 대조
   
 ▲도시바, 레노버, 하이얼 대표 상품. 도시바와 레노버는 울트라북을, 하이얼은 LED TV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은주 이화연 김수정 인턴기자] 도시바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경기도 남양주시)씨. 갑작스레 재부팅이 반복되는 오류가 발생해 가까운 A/S센터를 찾기로 했다. 

회사에서 30여km 거리에 있는 서울 강북지점이 가장 가까운 곳으로 검색됐다. 바쁜 업무시간을 쪼개 다녀오지 않는 이상 일과 중 수리는 불가능했다. 센터 운영 시간마저 평일 오후 6시까지로 제한돼 있어 퇴근 후 방문도 여의치 않았다.

도시바 측이 제공하는 '택배 수리 서비스'도 고려해 봤으나 협력사에 급하게 넘겨줘야 하는 저장된 중요 문서가 발목을 잡았다. 김씨는 어쩔 수 없이 회사 인근 사설 업체에서 불안한 수리를 받아야만 했다.

◆ 서비스 양적∙질적 수준 삼성∙LG 대비 현저히 떨어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PC·TV가전업체들이 사후 서비스인프라 투자에 인색한 것으로 파악돼 소비자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1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3월 현재 중국 업체인 레노버와 하이얼, 일본 도시바 등이 국내에 진출한 대표업체로 영업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시바와 레노버는 노트북 등 PC제품을 주력상품으로 쏟아내고 있다. 삼성∙LG 등 국내 토종업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매력포인트로 분석되고 있다.

도시바 울트라북은 13.3형 기준 110만원대다. 비슷한 급의 레노버 울트라북은 79만원 선이다. 유사한 성능의 삼성전자 제품은 200만원 안팎. 많게는 3배 정도 가격차를 보인다. 도시바와 레노버 최저가 노트북 역시 삼성∙LG전자 제품군과 비교해 30만원 가량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이얼의 경우 이른바 '반값 TV'라 불리는 저렴한 TV를 국내에서 판매, 시장의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2013년 46인치 LED TV를 69만9000원에 내놨다. 당시 LG전자의 47인치 LED TV는 140만원대, 삼성전자의 46인치 LED TV는 160만원대여서 가격 메리트가 컸다.

이들 수입업체들의 제품에 국내 소비자들이 호기심을 보이는 핵심 배경에 '가격'이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사후 서비스가 국내업체들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도시바 서비스센터는 전국 10개 지점이 영업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사당 2곳 포함, 수도권에는 4곳이 전부다. 1지점당 평균 3~4명이 근무한다. 레노버의 경우 전국 52곳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에는 용산∙강동∙신도림∙사당∙은평 등 5곳에 불과하다.

하이얼은 서비스 기간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얼의 주력 상품은 TV와 냉장고. 국내 수입되는 품목은 중국 본사의 사업계획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수입이 중단되는 제품의 경우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A/S 기간이 크게 지연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삼성∙LG전자는 상대적으로 넉넉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며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 하는데 역량을 쏟고 있다.

삼성은 전국 188개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이중 서울지역 센터 개수만 41곳이다. 레노버 서비스센터의 8배에 달한다. '전세계 PC 판매 1위'라는 레노버의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드는 격차다. LG전자 서비스센터는 서울 30여곳 포함 전국 합산 150여곳에서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족한 지점수는 소비자의 접근성과 서비스 신속성 저하로 직결된다"며 "적은 지점에 많은 수리 요청이 집중되면서 A/S기간 지연, 진단 착오 등의 서비스 품질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바 관계자는 "수요가 많은 특정 부품들의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때가 가끔 있다"며 "앞으로 이로 인한 서비스 지연 발생시 소비자와 활발히 소통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편적인 증상만 가지고 고장 부위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에 그런 일(오진단)이 발생한다"며 "오진단 사례를 수집해 엔지니어간 공유하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입 가전업체들의 콜센터와 홈페이지도 부실운영 비난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상단은 한국레노버 광고 내용. 하단은 레노버 서비스센터 홈페이지 오류화면.

◆ "'A/S 받기 어렵다' 사전 고지하지 않는 게 문제"

레노버 콜센터에 전화하면 대기시간이 너무 길거나 대기 도중 끊기기 일쑤라는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기자가 일과 중 3번이나 반복해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튿날 다시 수화기를 들어도 마찬가지였다.

포털 검색창에 '레노버'를 검색해 나오는 공식 사이트의 '서비스센터' 링크를 클릭하면 페이지 오류가 뜨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가 불편을 호소할 때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센터가 사실상 방치돼 있는 셈이다.

계명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김민정 교수는 "(외산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A/S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는 보통 구매비용만 생각하고 유지비용이나 사용비용을 미처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가전제품의 교체주기가 빨라지는 최근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명확하게 고지해 소비자가 사용비용을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소비자원이나 관련기관에서도 저렴한 비용에만 집중해 마케팅을 하는 행태에 대해 경고를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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