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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기업’ 넥슨의 혁신, 고작 재벌의 구태 흉내 내기인가

2016.06.06 20:52 입력 2016.06.06 20:53 수정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에 대한 넥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에 되레 의혹만 커지는 형국이다. 사실 여부는 검찰 조사에서 드러날 것이다. 정작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넥슨의 구태에 대한 놀라움, 그런 구태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경영진의 뻔뻔함이다.

넥슨이 한국 벤처업계의 성공 신화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정주 회장은 26세 때인 1994년 서울 테헤란로의 10평짜리 오피스텔에서 게임회사를 차린 뒤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은 게임 마니아들을 흥분시키면서 넥슨을 글로벌 게임사로 자리 잡게 했다. 지난해 말 현재 직원만 3500명에 2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혁신적 기술력에 투명한 의사결정 문화는 넥슨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넥슨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넥슨은 “외부 투자사가 주식을 매수하면 상장 압박 등 장기적 발전에 악영향이 염려돼 진 검사장 등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밝혔지만 창업주 지분이 70%를 넘은 데다 진 검사장 등의 지분이 0.7%에 불과한 점을 떠올리면 ‘상장 압박’이니 ‘발전에 악영향’ 운운은 핑계에 불과하다. 돈을 쥐여주면서 주식을 사도록 했는데도 대가가 없는 행위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창업주와 개인적 친분이 있다 하더라도 회삿돈을 이자도 받지 않고 빌려줘 주식을 사게 하고, 시세차익을 안겨준 것은 뇌물공여이자 배임행위이다. 넥슨의 이런 모습은 재벌의 구태를 능가한다. 넥슨의 성공 신화가 정당한 경쟁을 통해 쌓아온 게 아니라 불법과 특혜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는 창의적 게임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넥슨 구성원은 물론 제2의 넥슨을 꿈꾸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배신하는 행위다. 넥슨은 그렇지 않아도 ‘돈슨’(돈만 밝히는 넥슨)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터다. 중소 게임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마찰이 많았다. 넥슨은 “이번 일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잊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심이라면 김정주 회장이 직접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넥슨을 아껴준 소비자와 시민을 위한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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