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서울 사립유치원, 학부모에 ‘누리과정 비용 내라’ 통신문 검토읽음

강현석·임아영 기자

오늘 서울시의회 의장단과 면담 후 발송 여부 결정하기로

일부 유치원 대출 강행…경기·충북은 “2개월치 긴급 지원”

정부와 지역교육청 중 어느 쪽이 ‘돈’을 부담하느냐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대란이 학부모의 보육료 부담과 유치원의 은행대출 돌려막기 등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 소득과 관계없이 유아들의 보육을 국가가 시켜주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결국 중도하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시지회 회원들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서소문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시지회 회원들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서소문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정부는 여전히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시·도교육청 압박용으로 틀어쥐고 있으면서 누리과정은 교육청이 책임지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반면 야권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공약을 이행하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는 20일 “21일 서울시의회 의장단과의 면담 결과를 지켜본 뒤 학부모들에게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겨 자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낼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명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지난해 시의회에서 유치원 예산이 삭감됐을 때도 학부모들에게 누리과정 지원금이 나오지 않을 것 같으니 비용을 낼 준비를 하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면서 “학부모들 반발이 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은 서울 사립유치원들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재편성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길 것에 대비해 교사들에게 이달 말까지 임금 체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고지했다.

교육청의 ‘불가’ 방침에도 운영비용을 대출받는 유치원도 생겼다. 광주사립유치원연합회는 유치원 설립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운영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9일 연합회와의 면담에서 “사립유치원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은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위반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180곳의 광주 사립유치원 중 상당수는 설립자 명의로 대출을 받을 예정이다. 개인 대출을 받아 유치원 회계에 사용하다 적발되면 학급 감축이나 원아 모집 정지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최전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광주지회장은 “교육청은 ‘대출은 안된다’고 하고 많은 학부모들은 ‘보육료를 부담한다면 유치원에 보낼 수 없다’고 해 불이익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누리과정 파행을 보다 못한 일부 지자체는 어린이집 예산에 대한 긴급 지원에 나섰다. 경기도는 2개월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910억원을 편성해 지원하기로 했다. 31개 시·군 중 24곳은 예산 지원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지자체는 반대하고 있다.

충북도도 비상상황인 점을 감안해 교육청의 전입금이 없더라도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운영비 1~2개월치를 도가 선집행하기로 했다. 강원 강릉시와 영월군도 자체 예산으로 교육청에서 편성하지 않은 어린이집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21일 부산 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하기로 해 “누리과정 해법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큰 기대는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재성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은 “전국 교육감이 모이는 자리에 이 부총리가 취임 인사차 방문하는 것으로 따로 면담 일정이 잡혀 있지는 않다”면서 “교육청이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없는데도 정부가 교육청 탓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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