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불교 ‘무차대회’

김석종 논설위원

불교 조계종단 제5대 종정이던 서옹 스님(1912~2003)은 1998년과 2000년 전남 장성 백양사에서 세계무차선대법회를 열었다. 1912년 한암 스님이 열었던 금강산 건봉사 무차선회 이후 맥이 끊긴 전통법회를 복원해 화제가 됐다. 현 종정인 진제 스님이 즉문즉설로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참선법) 선문답을 이끌었다. 진제 스님은 2002년 부산 해운정사에서 중국과 일본의 고승을 초청해 국제무차선대법회를 직접 개최하기도 했다.

무차(無遮)란 부처의 자비에 따른 차별 없는 평등사상이다. 승려와 속인,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차별 없이 누구나 참여해 부처의 덕과 지혜를 나누는 대규모 법회를 무차법회라 한다. <화엄경>은 “마음과 행동이 같지 않고 구하는 바가 저마다 다르더라도 평등하게 베풀어 모두 만족하게 한다”고 무차대시회(無遮大施會)를 언급했다. 인도 아소카왕이 고승들을 모셔 법문과 재물을 보시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도 신라·고려 때 성행했다. 주로 백성의 어려움을 달래기 위해 무차회를 열었다고 한다.

이번에 조계종이 광복 70년의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16일 밤 서울 광화문에서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를 열었다. 세계 20여개국에서 온 승려 200여명을 포함해 수십만 불자들이 세종대로를 가득 채웠다고 한다. 조계종 측은 “1600년 한국 불교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했다. 종정 진제 스님은 법어에서 “사람이 곧 부처임을 깨달아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삶을 사는 일이 우리가 이루어야 할 서원”이라고 했다.

이날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너희들은 서로 화목하고 다툼이 없으며, 물과 우유처럼 서로 어울리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돌보며 사느냐”고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물었던 것을 상기시켰다는데, 대답은 ‘노’다. 시비와 다툼만 더욱 커진 세상이다. 스님들 역시 자비행보다는 탐진치에 깊이 빠진 모습이다. 재가불자였던 유마거사의 통절한 한마디가 그립다.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부처님 오신 계절, 5월의 사찰마다 거리마다 연등이 물결친다. 하지만 백번의 무차대회보다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무차를 실천할지가 관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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