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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태평양경제협정 가입 신중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타결했다. 여러 나라와 동시다발적으로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온 한국은 다자간 무역협정 경제블록인 TPP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수층은 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마치 나라가 망가질 것처럼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어제 “어떤 형태로든 메가 FTA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TPP에 속히 가입해야 한다는 논거로 정부는 국부의 손실을 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이 TPP에 계속 가입하지 않으면 발효 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0.12%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의 GDP는 1485조원이었다. 10년 뒤 GDP 0.12%가 감소한다는 뜻은 연간 1782억원씩 줄어든다는 뜻이다. 통상전문가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500조원 가까운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연간 1800억원 손해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TPP 가입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명확히 따져야 한다. 한국은 TPP 12개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지난해 멕시코와의 교역규모는 141억달러로 18위지만,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인 일본은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다. 그래서 TPP 가입은 사실상 일본과 FTA를 맺는 효과를 발휘한다. 한국은 일본과의 무역에서 1990년 이후 한 차례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첨단 부품과 소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한 탓인데, TPP로 관세가 사라진다고 좋아할 수만은 없다. 경쟁력이 뛰어난 정밀기계와 자동차 등 일본 완제품이 한국시장을 공략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등 정보기술 제품은 세계무역기구가 내년 7월부터 관세를 철폐키로 해 TPP 효과가 미미하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각종 무역협정이 국가 전체의 부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TPP에 가입하면 10년간 1.8% GDP 증가 효과가 있다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고려해야 할 사항은 많다. FTA나 TPP 같은 무역협정은 내부에 수혜와 피해 계층이 뚜렷하게 나뉜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등이 추가로 얻은 부를 이전하고, 피해 계층의 손실을 보상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한·미 FTA 등에 반대 여론이 거셌던 것은 피해 계층에 대한 보상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국내 쌀농가에는 TPP가 재앙이 될 수 있다. 일본이 TPP에 참여하면서 미국산 무관세 쌀 수입물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입을 요청하면 기존 회원국들은 쌀 관세율을 낮추거나, 수입물량을 늘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가입비를 내면서까지 한국이 TPP에 가입해 이익을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경제질서를 맡길 수 없다”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TPP를 통해 태평양 국가를 묶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중국도 TPP를 의식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렇게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다자협정을 추구하면서 한국을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므로 미국이 하면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맹목성을 벗어나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 실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TPP는 각국 비준 절차 등을 감안하면 발효까지 적어도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는 TPP 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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