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SK(주)와 SK C&C를 합병키로 한 이유로 지배구조 혁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등 두 가지를 꼽았다.

SK그룹은 2007년 SK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주사인 SK 위에 SK C&C가 있는 ‘비정상적인 지주회사 체제’였다. 이를 정상화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보하겠다는 게 SK그룹의 설명이다. 아울러 SK C&C의 사업성을 개선하고 실적 상승세가 주춤한 그룹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가미됐다.
[SK그룹 지배구조 단순화] SK '옥상옥 지배구조' 해소…"신사업 발굴로 성장 드라이브"
○지배구조 ‘비정상의 정상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지분율은 0.02%(2014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SK C&C 지분을 32.92% 갖고 있다. SK C&C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SK C&C→SK→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SK C&C와 SK의 합병을 통해 이런 지배구조는 ‘최 회장→SK→자회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지배구조로 탈바꿈하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더 이상 지배구조 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최 회장 공백에 따른 경영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합병 후에도 최 회장의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최 회장은 SK C&C의 지분 32.9%를 갖고 있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10.5%를 보유하고 있다. 합치면 43.4%에 이른다. 주식교환 방법으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SK(주)에 대한 최 회장의 지분율은 23.4%로, 최 이사장 지분율은 7.5%로 각각 줄어든다. 합치면 30.9%가 된다.

SK C&C의 발목을 잡았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워지게 됐다. SK C&C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수관계인 지분이 30% 이상이어서 관계회사와 거래할 때 규제를 받았다.

○“그룹 신성장동력 마련” 기대

SK그룹은 최근 실적 증가세가 주춤한 상태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2012년 1조7300억원, 2013년 2조111억원, 2014년 1조8251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매출의 55%를 올리는 최대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로 지난해 37년 만에 적자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그룹 매출과 수익이 뒷걸음질 쳤다”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SK C&C도 성장동력을 마련하게 됐다. 그룹이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뒤 SK C&C 기존 사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K C&C의 영업이익은 2013년 2252억원에서 지난해 2715억원으로 증가했다.

합병회사는 총자산 13조2000억원을 가진 그룹의 지주회사로 거듭나며 정보통신기술(ICT)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 형태로 바뀌게 된다. SK는 이번 합병으로 일자리 창출 사업인 ICT사업이 크게 확대돼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만우 SK 부사장은 “합병을 계기로 안정적 지주회사 체제에 기반한 강력한 성장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합병 결정은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조대식 SK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이 최 회장에게 합병의 필요성과 합병 방식, 일정 등을 설명하고, 최 회장의 위임을 받아 실무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합병은 철저하게 양사 실무진이 주도했으며, 최 회장은 간단한 보고만 들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