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드리면 툭 터지는 전국의 아파트 관리비 회계 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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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전국 300가구 이상 8319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첫 외부회계감사에서 19.4%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1% 안팎인 상장기업의 회계처리 부실비율과 비교하면 20배나 높을 만큼 회계 관리가 엉망이다. 이와 별도로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아파트 입주민의 민원이 제기된 429개 단지를 대상으로 합동감사를 한 결과 무려 72%의 비위(非違)나 부적절 사례를 적발했다.

국민의 7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나라에서 아파트 관리비 비리가 전국 곳곳에 만연해 있다. 남의 일이 아니라며 공분(公憤)을 느끼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월세처럼 매달 내는 아파트 관리비는 미루면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받은 돈을 아파트 5곳 중 한 곳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동(棟) 대표가 주머닛돈처럼 썼다는 얘기다. 충남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2011∼2014년 개인계좌로 16차례에 걸쳐 3억7000만 원을 이체했다. 이런 식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이는 돈이 20억 원이다. 경찰청이 작년 11월부터 벌인 공동주택 관리비리 특별단속에서 입건된 153명 중 입주자 대표가 41.4%, 관리소장 35.3%, 동 대표 7.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부의 아파트단지 회계감사는 2014년 배우 김부선 씨가 ‘난방비리’ 이의를 제기하면서 여론이 들끓어 시작됐다. 지금까지 아파트 관리비 문제는 사적인 영역의 자율을 보장해주는 차원에서 관리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앞으로는 주택법에 근거해 매년 외부회계 감사를 강제하기로 했다.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을 개정해서라도 감사결과를 지자체에 제출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아파트 주민도 관리소장이나 입주자 대표들이 딴마음을 먹을 수 없도록 주인의식을 갖고 감시에 나서야 한다. 한국감정원이 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을 통해 감사결과와 관리비 내용을 확인한 뒤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 관리소장이나 입주자 대표 명의로 개설된 아파트 관리비 통장을 주민들이 수시로 확인하는 것도 비리를 감시해 사전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파트#관리비#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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