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제 인물 공천에 현역 기득권 지킨 새누리의 오만함

2016.03.14 21:04 입력 2016.03.14 21:11 수정

새누리당의 4·13 총선 공천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살생부, 여론조사 결과 유출, 녹취록 파문까지 연일 죽기 살기로 계파싸움을 벌이더니 뒤늦게 내놓은 공천 결과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는 한참 모자라 보인다. 인천 남동갑의 문대성 의원과 남동을의 조전혁 전 의원 공천은 주권자 무시 공천의 상징적 사례라 할 만하다. 문 의원은 학위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나 19대 총선 당선 직후 쫓겨나다시피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2014년 복당했다. 20대 총선 불출마도 선언한 상태였다. 그런 인물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도 아닌 인천의 후보로 결정됐다. 새누리당이 공직 후보자를 결정하는 기준에 원칙과 도덕성이란 잣대가 있는지 의문이다.

조 전 의원은 2010년 교육부에서 넘겨받은 전교조 교사 명단을 무단으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가 2014년 대법원으로부터 3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국회의원 신분을 활용해 일반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그는 19대 총선 공천에서도 탈락했지만 지난해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온몸으로 앞장섰고 결국 이번에 공천을 받아냈다. 막말을 일삼아 4차례나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됐고 지역 시민단체가 낙천대상자로 지목한 강원 춘천의 김진태 의원도 공천을 받았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말한 공천 기준의 하나인 당 정체성에는 부합할지 몰라도 상식과는 거리가 먼 후보들이다. 지역 유권자와 시민을 우습게 알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공천이다.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 130명 중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19대 총선 현역 교체율이 41.7%에 달했던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결국 정치 신인 앞에 진입 장벽을 세워 놓고 현역 의원들끼리 치열하게 공천경쟁을 벌인 셈이다. 물갈이 자체가 선은 아니다. 그러나 교체율 최소화가 19대 의원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아닌, 현역 밥그릇 지키기라는 점에서 개혁과 거리가 먼 것은 분명하다.

유승민 의원 찍어내기를 위한 공천 탈락 여부, 막말을 한 친박 윤상현 의원 공천 여부 등 몇 가지 쟁점은 남았지만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공천은 이미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절차와 과정이 투명하지도 않고,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지도 못하고, 그 결과 문제의 인물이 다수 선정됐다. 180석을 얻을 수 있을지가 아니라 과반 의석이라도 지킬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하는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오만한 공천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시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정당은 결국 시민들이 심판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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