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나우누리, 파란화면…내달 사라진다

일반입력 :2012/12/08 11:11    수정: 2012/12/08 13:57

김태정 기자

낭만의 PC통신 응답하라. pf...

천리안과 하이텔에 이어 90년대 3대 PC통신으로 꼽힌 나우누리가 서비스를 문을 닫는다. 접속해제 명령어였던 ‘q’를 눌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나우누리를 운영하는 나우SNT는 사용자가 거의 없는 나우누리 서비스를 내년 1월 31일 종료할 예정이다.

나우SNT는 나우누리의 본래 운영업체 나우콤의 자회사였으나 심성보 대표가 지분을 올해 모두 인수, 현재는 별개 회사다.

현재 나우콤의 주력 사업은 아프리카TV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SNS), 게임 등이며 나우누리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나우누리는 지난 1994년 등장, 하이텔과 천리안을 위협하는 PC통신 주자로 각광받았다. 영어가 난무하던 PC통신 세상서 파격적으로 한글 아이디를 도입했고, 채팅방은 입장이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넘쳐났다.

‘평거’, ‘사불사’, ‘세만사’ 등의 동호회, 타자 실력을 겨루는 타자방 등은 다른 PC통신서도 유명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하이텔의 전신이자 국내 최초 PC통신 서비스였던 ‘키텔(Ketel)’ 이용자들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와 유머, 잡담(SAY), 패션, 음악 등의 게시판이 동호회 이상으로 인기를 끄는 현상도 나우누리의 특징이었다. 추천을 많이 받은 ‘베스트 게시물’을 따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신선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연예인과 정치인들은 나우누리 여론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인기 작가 열풍을 논할 때에도 나우누리는 빠지지 않는다. 근래 인터넷 소설이나 웹툰이 그러하듯 나우누리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종종 소설, 만화,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나우누리 유머 연재서 영화로 만들어진 대표 작이다.

시간 당 1MB를 받기 힘든 모뎀으로 전화선을 연결, 전화요금 폭탄이 종종 터졌다. 몰래 접속하려는 자녀와 이를 막으려는 부모의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전화요금 이외 1만원 안팎의 서비스 이용료도 필요했다. 매월 은행으로 납부하는 방식이었는데, 삐삐와 PC통신 요금이 청소년들의 고민이었다.

나우콤은 또 서울 압구정동에 현재의 PC방과 비슷한 ‘나우누리 사랑방(나사방)’이라는 공간을 운영했었다. PC방이 없던 시절 신선한 실험으로 평가받았다.

이 같은 나우누리의 전성시대는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텍스트는 물론 사진과 동영상을 초고속으로 받아보며 요금은 정액제인 인터넷에 당해낼 수 없었다.

게다가 야후와 다음 등 당시 떠오르는 인터넷 서비스들은 별도 요금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닌 가입자 이용료가 주 수익이었던 나우누리에게 치명타였다.

나우누리는 2000년대 초 미니홈피 방식의 웹 서비스를 만드는 등 부활 노력을 기울였지만 빠져나간 손님을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제대로 된 투자가 있었다면 싸이월드처럼 성공했을 것이라는 뒷얘기만 남았다.

나우SNT는 현재 웹(www.nownuri.net)에 이전 게시물들을 남겨뒀다. 서비스 종료 전까지 무료로 데이터 백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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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는 “그 동안 나우누리를 사랑해 주신 고객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서비스 종료에 대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우지기의 마지막 공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