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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슈슈 롤케이크를 무척 좋아한다는 한 남성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부담되는 가격인 건 사실이고 살찔 것 같은 걱정도 들지만,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고급스러운 맛”이라며 “이 정도 투자는 자신에게 주는 하나의 선물이다”고 말했다.
밥값을 훌쩍 넘는 디저트 소비형태를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긴 어렵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터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값비싼 디저트에는 지갑을 쉽사리 연다.
“사치의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자제력이 없는 건, 그 유해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만약 진실을 알게 된다면 아크라시아, 즉 방탕은 사라질 거라고 주장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이 달랐다. 담배의 유해성을 알고도 쉽사리 끊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겐 약간의 방탕을 갈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큰돈을 쓸 수 없는 현실은 사람들의 마음을 디저트라는 엉뚱한 목표로 향하게 만들었다. 디저트의 달콤함과 예쁜 디자인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 놓았던 아크라시아를 폭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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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의 디저트 상품군 성장률 역시 2012년 30%, 2013년 23%, 2014년 29%로 초고속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디저트 판매가 17.2% 늘어났다.
소비자행동학 전문가인 에드가 챔버스 미국 캔자스주립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디저트류는 그 자체로 결코 싸다 할 수 없지만 옷이나 장신구 등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에 즐길 수 있는 품목”이라며 “백화점에서 고가 신발을 살 수 없을 때 그 대신 맛있는 디저트를 구입하는 것은 일종의 교환 행위”라고 설명했다.
디저트에 열광하는 사람들 어느새 돈도 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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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디저트를 한해 3회 이상 구매한 사람이 1000명 이상 되는 행정구역이 어디인지 파악해 보니 서울 20개구에 달했다. 상권면적이 475.83㎢다. 먼 곳을 마다하지 않고 디저트를 구매하기 위해 달려온다는 뜻이다.
디저트를 사 먹기 위해 온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고 백화점에서 돈을 쓴다. 그런데 돈을 쓰는 정도가 다른 품목에 비해 특히 높았다.
작년 한 해 동안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디저트를 3회 이상 구매한 고객이 백화점에 쓴 총액은 이 점포의 작년 한해 매출의 68.1%에 달했다. 디저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백화점 매출의 70%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화장품(51.7%), 영캐주얼(45.6), 여성의류(41.2%), 남성의류(38.9%) 등 다른 상품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결국 사람들은 디저트를 먹기 위해 백화점을 찾고, 백화점은 그 고객들은 쓰는 이런저런 돈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작은 사치로 불리는 프리미엄 디저트가 위축된 소비시장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는 형태가 아닌 해당 제품의 소비를 즐기는 일종의 ‘엔터테이닝 쇼핑’의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쇼핑의 만족과 가치를 크게 느낄 수 있는 ‘작은 사치’ 트렌드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