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손가락 괴담' 왜?

강병한 기자

여의도 국회 주변에 ‘손가락 괴담’이 떠돌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른 손가락들이 의원회관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 괴담’이 돌게 된 발단은 지난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당초 예정한 대로 본회의를 개회했으나 “오는 30일 본회의를 재소집하겠다”고 밝히고 9분만에 산회를 선포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에선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산회한 정 의장에 대한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본회의 산회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선 ‘정의화의 난(亂)’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 일색이었다. 새누리당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의장 사퇴를 촉구하기로 결정했고, 이완구 원내대표는 사태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지난 26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에 반발해 본회의장에 남아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지난 26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에 반발해 본회의장에 남아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손가락’ 얘기가 나왔다. 사무부총장인 강석호 의원은 “의장을 시켜달라고 애원할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완전히 180도 다르다”며 “과연 그분이 정의화였던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의화에 의장 투표한) 여기 다 손가락을 잘라야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한 정 의장을 두고 그를 국회의장으로 찍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를 표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의원은 비공개 발언을 통해 “난 양심껏 찍었다”면서 정 의장을 찍은 의원들은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이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화 국회의장이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손가락 괴담’이 나온 건 지난 5월 23일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경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친이계인 정 의장은 지난 5월 23일 새누리당 의총에서 당초 낙승이 예상되던 친박계의 황우여 전 대표를 꺾고 의장에 당선됐다. 황 전 대표에 대한 불만과 친박 주류에 대한 견제 심리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정 의장이 ‘친정’인 새누리당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만들이 쌓여갔다. 정 의장이 일부 의원들에게 ‘깨알 지시’를 하고, ‘출석 체크’까지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정 의장이 지난 6월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할 때도 야당 편을 든다는 불만이 나왔다. 정 의장에게 ‘한 표’를 줬던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차라리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라는 말이 나온 게 이때 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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