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뢰 도발’로 분단 70년 조롱한 北 단호히 응징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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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지뢰 공격이다. 바다와 육지, 하늘은 물론이고 이젠 땅속까지 북한 공격에 뚫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북한의 기습적인 침투 방식은 갈수록 교묘해지는데도 우리 군은 당하기만 할 뿐 제대로 응징 한번 못하고 있다. 북한은 광복 및 분단 70주년을 목전에 두고 남한에 보란 듯이 도발을 저질렀다. 경기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던 우리 군의 부사관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해 놓은 목함지뢰를 밟아 다리와 발목이 절단된 것은 북이 땅 위에서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것과 다름없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DMZ 내에서 지뢰 매설 징후를 보였지만 우리 군은 대비하지 못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 2014년 봄 무인기 침투 등 북한이 허를 찌르는 도발을 할 때마다 우리 군이 허둥대는 모습은 달라진 게 없다. 우리 무기와 군사 장비가 북한에 비해 현저히 열세인 것도 아니지만 경계부터 허술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2년 ‘노크 귀순’과 올해 6월 ‘1박 귀순’만 해도 북한군이 귀순했으니 망정이지 우리 군을 기습할 의도였다면 참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우리 군은 북의 핵,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고가의 첨단 방어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북은 조잡한 싸구려 무기와 장비로도 우리를 멋대로 휘젓고 조롱하고 있다.

유사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는 군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군은 가뜩이나 병영 내 가혹 행위와 성폭력 사건, 방산 비리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다. 기강이 무너지고 전투태세도 갖추지 못한 군을 북한이 두려워할 리 만무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안보 사령탑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군이 여론의 지탄을 받을 때마다 이들을 감싸고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이런 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뢰 도발 다음 날인 5일 박 대통령은 경원선 복원 기공식에 참석해 “DMZ가 남북 주민은 물론이고 세계인의 ‘꿈이 이뤄지는 지대(Dream Making Zone)’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같은 날 이산가족과 금강산 관광 등을 논의하는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는 서한을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앞으로 보내려다 북한이 수령을 거부해 퇴짜를 맞았다. 북은 전부터 치밀한 시나리오를 짜놓고 중대 도발을 하는데도 상황 파악도 못한 이 정부가 김정은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한숨만 나온다.

우리 군은 북한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어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다. 북이 외부 세계의 정보를 알리는 심리전을 두려워한다지만 합참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이 정도라면 허탈하다. 북이 종전처럼 확성기에 대한 조준타격 위협을 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길 경우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한 장관이 “북한의 도발 원점, 지원, 지휘 세력까지 격멸할 준비와 연습을 다 마쳤다”고 말한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 벌어진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북한도 지켜볼 것이다.
#지뢰 도발#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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